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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김시습 야좌기사, 사청사우(金時習 夜坐記事, 乍晴乍雨) 시 2수

벌써 5월이 가고 6월이 시작되었다.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예사롭지 않게 폭염의 여름을 예고하는 것 같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시는 김시습(金時習)의 야좌기사(夜坐記事)와 사청사우(乍晴乍雨)이다.

선가풍(禪家風)의 시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갈구하고자 하는 그의 인생관과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기를 갈망하는 의미에서 예서체와 행서로 자서해 보았다.

김시습은 앞서 습지산거(習之山居)에서 언급하였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야좌기사(夜坐記事 : 밤에 앉아 적다)

東嶺風初急(동령풍초급) 동쪽 고갯마루에 막 바람이 일고

西峯月落時(서봉월낙시) 서편 봉우리에 달 지는 시간이로다

禪心唯寂寞(선심유적막) 참선하는 마음 적막하고

夜色轉淸奇(야색전청기) 밤빛은 맑고도 기이해진다

露冷雁聲緊(노랭안성긴) 이슬은 차고 기러기 소리 급한데

更深燈燼垂(경심등신수) 깊어지는 밤, 등불 재가 떨어진다

枕涼無夢寐(침량무몽매) 베개머리 서늘하여 꿈도 못 꾸는데

此境有誰知(차경유수지) 이러한 경지, 그 누가 알고 있을까

 

사청사우(乍晴乍雨 : 변덕스러운 날씨)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 온 뒤 다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道도 이럴 진데 하물며 세상 인정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변시환훼아) 나를 기리다가 문득 돌이켜 다시 나를 비방하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명예를 마다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명예를 구함이라

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온들 산은 그대로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꼭 기억해 인지해야 하네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하여도 평생 기쁨을 얻을 곳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