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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제현 산사조취(李齊賢 山舍朝炊)

익재(益齋)선생의 시를 접하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동안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한편의 시 속에 그 당시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른 아침 저 멀리 밥 짓는 연기가 아련히 피어 오르는 평화로운 산사(山舍)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듯 멋지게 표현한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山舍朝炊(산사조취 : 산촌의 아침 굴뚝연기)

山下誰家遠似村(산하수가원사촌) 마을 저 멀리 산 아래 누구의 집인가?

屋頭烟帶大平痕(옥두연대대평흔) 지붕에 피어나는 연기 평화로운 풍경

時聞一犬吠籬落(시문일견폐리락) 때때로 무너진 울타리 개 짖는 소리 들리니

乞火有人來扣門(걸화유인래구문) 불씨 꾸러 온 사람이 문을 두드리는 것 이리.

 

앞서 익재(益齋)선생은 마하연(摩訶衍), 산중설야(山中雪夜)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은 1287년(충렬왕 13)에 출생하여 1367년(공민왕 16)까지 활동한 인물로 당시 고려사회를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대학자이다. 자는 중사(仲思), 호는 익재(益齋), 역옹(櫟翁),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문하시중(門下侍中)이라는 고려 최고의 관직까지 올랐으며, 그가 남긴 수많은 글과 더불어 해박한 식견은 현재는 물론이고, 당시 사회에서 이미 존경받고 있었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100여 년간에 걸친 무인(武人) 지배로 인한 후유증과 함께 원(元)의 정치적 간섭을 받던 시련의 시기였다. 이제현은 이러한 시기에 수차에 걸쳐서 원을 왕래하기도 하고, 표문(表文)을 올려 원의 부당한 내정간섭을 비판하면서 고려의 주권을 보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 당대의 최고 선지식 인물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