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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부설거사 팔죽시(浮雪居士 八竹詩)

부설거사(浮雪居士)는 앞서 사부시(四浮詩)에서 소개하였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부설거사가 입적하기 전에 남겼다는 명시 팔죽시(八竹詩)가 있다. 시 마지막 구절마다 대죽(竹)자가 들어가는데 이를 음역하여 우리말의 뭐, 뭣 ~대로의 뜻으로 대죽자를 넣어 지은 시다. 부설거사는 신라 27대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善德女王 ? ~ 647)시대의 승려로, 지금으로부터 약 1,300여년 전에도 대나무 죽(竹)의 뜻인 “대”를 이런”대”로 저런”대”로, 현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고금(古今)을 막론하고 세상사가 자신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며, 타고난 욕망인 권력, 재물, 명예욕에서 벗어나 허망을 버리고 주어진 환경에서 순리에 순응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지혜롭게 살라하는 일갈(一喝)의 의미를 담고있어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八竹詩(팔죽시)

此竹彼竹化去竹(차죽피죽화거죽) 이런 대로 저런 대로 되어가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풍타지죽랑타죽)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粥粥飯飯生此竹(죽죽반반생차죽) 죽이면 죽 밥이면 밥 이런 대로 살고

是是非非看彼竹(시시비비간피죽)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저런 대로 보고

賓客接待家勢竹(빈객접대가세죽) 손님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市井賣買歲月竹(시정매매세월죽) 시장 물건 사고팔고 하는 것은 세월대로

萬事不如吾心竹(만사불여오심죽)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안 되도

然然然世過然竹(연연연세과연죽)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