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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이서구 시 유춘동(李書九 詩 留春洞)

척재 이서구(惕齋 李書九, 1754~1825)에 대하여는 앞서 만자백운계부지서강구 소와송음하작(晩自白雲溪復至西岡口 少臥松陰下作)시중 독서송근상(讀書松根上)에 간단하게 소개하였기에 생략토록 하겠다.

묘한 끌림이 있는 척재선생은 사가시인(四家詩人 : 李書九, 李德懋, 朴齊家, 柳得恭)의 한 사람으로 한자의 구조와 의미를 연구하는 데에 조예가 깊었으며 글에 쓰이는 전고(典故) 또한 널리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예에도 뛰어났다.

사가 시인 중 이덕무·박제가·유득공가 서얼 출신인데 반하여 그는 유일한 적출이었고, 벼슬도 순탄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외로움은 일생동안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 때문에 벼슬보다는 은거(隱居)에 미련을 가졌다.

또 아들이 없음과 늙어감 그리고 벼슬을 한 일을 평생의 애석한 일로 여겼다. 그는 한 번도 중국으로 떠나는 사신의 임무를 맡지 않았으나 홍대용(洪大容)과 박지원의 문하에 출입하면서 실학파 문인들과 사귀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학문과 문학을 연마하며 당시 나라의 정세에 대해 토론했다.

이러한 폭넓은 교우관계는 자연히 독창과 개성, 현실문제, 조선의 역사와 자연에 대한 관심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데까지 나가게 했다.

이서구의 시는 그의 개인적 성향 관계로 혁신적이거나 현실에만 치우치기보다는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인정이 두텁고 더불어 사색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사물을 관조하는 자세로 담백하게 높은 정신세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많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고귀한 내면의 깊이를 아울러 그려냄으로써 시의 격조를 높이는 데 힘썼다. 문집으로 척 재집(惕齋集) 16권 77 책과 강산초집(薑山初集)4권 11 책이 전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그가 평소 꿈꾸며 갈구한 이상향에 대한 심경을 잘 표현한 시로 특히 물외(物外 : 세상의 속된 일이나 물정에서 벗어남. 이러한 맛을 흔히 물외지취(物外之趣)라고 하였으며, 옛 현인들은 부귀공명을 버리고 이러한 지향을 꿈꾸었음) 한인(閑人)의 깊은 면모를 느낄 수 있는 격조 높은 시를 自書해 보았다.

 

유춘동(留春洞 : 봄이 머무는 마을)

林花香不斷(임화향부단) 숲 꽃에서는 향기가 끊이지 않고

庭草綠新滋(정초록신자) 뜰의 풀은 새로이 푸르름을 더해가지만

物外春長在(물외춘장재) 눈으로 볼 수 없는 봄도 영원히 존재하니

惟應靜者知(유응정자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