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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함월 해원선사 선시(涵月 海源禪師 禪詩)

함월 해원선사(涵月 海源禪師. 1691∼1770)는 조선 후기의 선승(禪僧)으로 본관은 전주이씨(全州李氏), 자는 천경(天鏡), 호는 함월(涵月)이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어머니 조씨(趙氏)가 큰 물고기를 잡는 꿈을 꾸고 임신하여 12달이 지나서야 낳았다고 한다. 14세 때 도창사(道昌寺)에서 삭발, 출가하였고, 영지대사(英智大師)에게서 구족계를 받았다.

그 뒤 여러 선지식(善知識)을 두루 찾아가 법을 구하던 중 지안대사(志安大師)에게서 종문(宗門)의 깊은 이치를 얻어 법맥을 이었다. 삼장(三藏)에 해박하였으며, 특히 화엄경(華嚴經), 염송(拈頌)에 밝았다. 또한, 수행과 지계(持戒)가 엄정하고 인욕행(忍辱行)이 남달라서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지안의 법맥을 이은 뒤에도 40년을 한결같이 정진하면서 대강사(大講師)로서 후학들을 지도했으며, 그의 행적은 주로 남쪽 지방에 미쳤고,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하여 굶주린 사람이나 헐벗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였다. 나이 79세, 법랍 65세로 염불을 하면서 입적하였다.

법을 이은 제자로는 성규(聖奎)·궤홍(軌泓) 등 24인이 있다. 제자들이 고향의 명찰인 석왕사(釋王寺)에 탑을 세우고, 화엄 대회의 도량인 대둔산(大芚山)에 영의정 김상복(金相福)의 글을 받아 비를 세웠다. 저서로는 천경집(天鏡集) 2권이 전한다.

 

청명 한식을 앞둔 요즘 담장에는 개나리, 양지바른 앞산에는 진달래가 곱게 피어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서 피었던 매화는 내년을 기약하며 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이즈음에 어울리는 함월 해원선사의 선시 2수를 소개하고자 예서체와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壁上掛瓢(벽상괘표 : 벽에 걸린 표주박)

盡日忘機坐(진일망기좌) 종일 모든 일 잊고 앉았더니

諸天花雨飄(제천화우표) 하늘에서 꽃 비가 흩날리네

生涯何所有(생애하소유) 내 살림살이 별것이 없고

壁上掛單瓢(벽상괘단표) 벽에 걸린 표주박 하나뿐

 

山客(산객 : 산속 나그네)

山梅落盡野花飛(산매낙진야화비) 산에 매화꽃 지고 들에도 꽃이 지니

谷口春殘客到稀(곡구춘잔객도희) 골짜기엔 봄기운 사라지고 인적도 뜸하네.

遙望千峰紅樹裏(요망천봉홍수리) 멀리 산봉우리 붉은 숲 속을 바라보니

杜鵑啼處一僧歸(두견제처일승귀) 소쩍새 우는 곳으로 한 스님이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