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봄 가뭄을 해소해 줄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농작물은 해갈되어 한층 무성하게 변하며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8월 초순경 입추를 맞이하게 되는데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청량한 가을이 빨리 와 주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정산 이병휴(貞山 李秉休)와 송강 정철(松江 鄭澈)의 가을 관련 한시 2수를 자서해 보았다.
야좌유감(夜坐有感 : 밤에 앉아 감흥이 생겨) - 이병휴(李秉休)
秋堂夜氣淸(추당야기청) 가을 집은 밤기운은 맑아서
危坐到深更(위좌도심경) 깊은 밤 이르러 단정히 앉아
獨愛天心月(독애천심월)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달 홀로 사랑하니
無人亦自明(무인역자명) 바라보는 이 없어도 스스로 밝구나
정산 이병휴(貞山 李秉休. 1710 ~ 1776)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실학자로 본관은 여주(驪州). 자는 경협(景協), 호는 정산(貞山). 사헌부지평 이지안(李志安)의 증손으로, 할아버지는 실학자 이익(李瀷)의 숙부인 이명진(李明鎭)이다. 아버지는 이침(李沉)이며, 어머니는 조석제(趙錫悌)의 딸이다.
형 이용휴(李用休)는 문학적인 면에서 양명학(陽明學)을 수용했고, 조카 이가환(李家煥, 이용휴의 아들)은 공조판서를 지냈는데, 1801년 신유사옥(辛酉邪獄) 때 천주교 신자로 몰려 죽임을 당하였다. 이익의 형인 이잠(李潛)의 양자로 들어갔고, 자신은 이삼환(李森煥)을 양자로 들였다. 양부인 이잠은 기사환국(己巳換局 : 서인이 실각하고 남인이 권력을 잡은 사건) 후 경종(景宗 : 장희빈의 아들)의 보호를 내세우는 소를 올렸다가 노론에게 역적으로 몰려 장살(杖殺 : 형벌로 매를 쳐서 죽임)되었다.
정치적으로 근기남인(近畿南人 : 인조반정 후 조정에 남아있던 남인)에 속하였다. 13세 내지는 14세부터 이익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나, 노론에 의해 역적의 양자로 지목되어 관계 진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익의 학문을 계승, 발전시키는 일로 일생을 보냈다.
그는 이익의 실학사상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해 덕을 이루는 학문을 선진 유학에서와 같이 실천 위주로 전환하고, 사실세계의 이치에 대한 적극적인 탐구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이병휴의 실학적인 양명학(陽明學 : 중국 명나라의 학자인 왕수인(王守仁)이 세운 유학의 한 학파로 주관적 실천 철학에 중점을 둔 학문)을 그들이 계승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오로지 학문만을 연구하며 일생을 보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저술을 남겼다.
저서로는 정산잡저(貞山雜著)·심해(心解)·정산고(貞山稿)·정산시고(貞山詩稿) 등이 있다.
송강정(松江亭 : 강가의 소나무 정자에서) - 정철(鄭澈)
明月在空庭(명월재공정) 밝은 달빛은 빈 뜰 안에 가득한데
主人何處去(주인하처거) 주인은 어디로 갔는가?
落葉掩柴門(낙엽엄시문) 낙엽은 사립문을 가리고
風松夜深語(풍송야심어) 솔바람은 밤새도록 속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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