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에 비가 내렸다가 갑자기 구름이 그치고 해가 비추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참 요사스러운 날씨다.
오늘 같은 날씨처럼 세상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앞서 소개한 소강절(邵康節)의 호월음(胡越吟)에서도 원수지간도 때론 합심하고 부부지간도 반목 하 듯이 영원한 존재는 세상에 하나도 없다. 우리가 모르는 순간에도 생물들은 생로병사의 변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구의 생명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남아있는 건물들도 서서히 변하며 수 만년이 지난 후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러한 날씨에 문득 사청사우가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약 580여년전 매월당 선생 또한 이와 같이 변덕스러운 날씨를 바라보며 이 시를 읊어 세상 사람들에게 경책(警策)하고자 했을 것이다.
기쁨의 순간도 오래가지 못하고 늘 순간의 감정에 편승하며 변덕스럽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의미 있게 표현한 시를 다시 올려 보았다.
사청사우(乍晴乍雨 : 변덕스러운 날씨) - 매월당 김시습(梅月堂 金時習)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언뜻 개었다가 다시 비가 오고 비 온 뒤 다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하늘의 道도 이럴 진데 하물며 세상 인정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변시환훼아) 나를 치켜 세우다가 문득 돌이켜 다시 나를 비방하고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명예를 마다하더니 도리어 스스로 명예를 구함이라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상관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부쟁) 구름 가고 구름 온들 산은 그대로 다투지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노니 꼭 기억해 인지해야 하네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기쁨을 취하여도 평생 기쁨을 얻을 곳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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