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울에도 조금이나마 갈증을 해소할 비가 내렸다고 한다. 세종에 머물고 있어 텃밭이 있는 서울 대모산은 50년 만의 혹독한 봄 가뭄으로 타 들어가는 작물에 대한 미안함에 주인 잘 못 만난 죄로 금요일 도착하자마자 물 주기에 여념이 없다. 주인 발자국 소리 들으며 크 간다는 작물은 나를 기다리며 일주일을 버텨내고 있다. 다행히 마르지 않은 조그만 샘이 있어 시들지 않을 만큼의 양으로 견뎌온 지라 오늘 15mm 남짓 내린 비로 생기를 찾아 요번 주말에는 오이가 풍성하게 식탁을 채워 줄 것이다.
제 블로그 이름이 고전과 전원이다. 전원적 요소는 특용작물 방에 올려놓았지만 주로 고전적 요소에 치우치다 보니 균형을 잃은 느낌이다.
서울에 살며 25년 넘게 텃밭을 일구어 왔는데 어느 해는 많게는 약 300평에 36종의 각종 채소를 가꾼 기록도 있다. 현재 대모산 텃밭은 약 70여 평의 규모로 아마란스, 히카마, 차요테를 비롯하여 약 21종을 심어 가꾸고 있다. 유기농을 지향하다 보니 충분한 거름과 중간중간 추비로 인해 곧 토마토, 가지 등은 처치가 곤란할 정도로 수확이 가능해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즐거움이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으로 다가올 것이다.
세상에 가장 신비로운 것이 봄 되면 새싹이 돋아 나는 것처럼 식물마다 DNA의 새겨진 명령에 의하여 성장하며 번식을 목표로 한다. 이에 인간이 개입하여 순 치기 등을 통해 더 많은 결실을 유도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고추의 경우 원줄기에서 “Y”자 형태 또는 3가지 줄기가 생기는데 그 사이에 첫 고추가 달린다. 이 고추를 조금 자랐을 때 제거해 주면 고추 자체에서 위기를 느껴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이 된다. 참외의 경우에도 원 줄기를 제거하고 2~3개 아들 줄기를 키우고 아들 줄기 12마디에서 적심(순 치기) 처리하면 손자 줄기를 중심으로 방임했을 경우보다 몇 배의 수확량을 기대할 수 있다.
식물마다 햇볕과 물 빠짐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콩과는 거름을 많이 주면 잎만 무성하여 결실을 등한시하는 결과를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잎을 통해서 질소를 끌어들여 비료를 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올해 가꾼 텃밭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정겨운 텃밭 풍경
4.17일 퇴비살포, 삽으로 밭갈이 하고 비닐멀칭 후 모종상추와 대파를 정식, 쌍추 씨를 뿌린 텃밭 모습
월동한 양파(좌)와 정식한 대파(대파 모종을 한판에 만원으로 작년보다 20% 넘게 올랐다.)
4월중순 파종, 5월초 모종을 정식한지 20일 경과모습(아마란스, 오이, 다채, 쑥갓, 참외가 땅 힘을 받고 힘차게 자라고 있다)
5. 20일. 3월 중순 심은 감자가 꽃을 피웠다. 아쉽게도 감자꽃은 제거해 주어야 양분이 뿌리로 간다.
5.22일 상추, 로메인, 부추, 고추, 토마토, 감자 모습
고추와 토마토는 생육이 왕성할 때 곁가지 밑을 정리해주어 불필요한 영양분이 잎으로 가는 것을 차단해 준다.
5.29일 텃밭 모습. 오이도 통풍을 위하여 하단에 잎과 줄기당 5개 정도 달린 오이와 곁순을 제거해 주어 다량 결실을 유도해 준다.
마르지 않는 샘에는 가재가 살고 있다. 농장을 같이 하는 분들도 번식을 위하여 많은 애정을 보태고 있다.
'단풍잎유홍초'가 앙증스레 피워 눈길을 유도한다.
참외 순치기 전 모습. 한달 정도 늦은 시기에 호박고구마를 약 25주정도 심었다.
종자보관이 어려운 차요테, 폭풍성장이 기대된다.
직파 후 보름만에 싹을 튀운 히카마(얌빈)
개화를 시작한 코스모스와 가을이 오면 기대되는 해바라기, 메리골드 모습
6.11일. 볼수록 매력 넘치는 호박꽃
6.26일 토마토가 탐스럽게 여물고 있다. 하단부 토마토 잎은 제거해 주어 햇볕과 통풍이 들도록 한다.
손자줄기가 무성한 참외는 더 많은 결실을 위해 줄기 끝부분의 성장순을 제거해 준다.
80mm 넘게 내린 장맛비로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는 해바리기도 불필요한 잎 제거 및 지지대를 설치했다.
5개를 심은 작두콩도 폭풍성장하고 있다.
장마전 수확해야 하는 감자도 가뭄속에서도 알이 차고 제법 굵다.
텃밭을 놀이터와 사냥터로 삼고 있는 '물까치'는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하는 흔한 텃새로 가족애가 강해 천적이 세력권을 공격하면 집단 방어를 한다. 지능이 높고 새끼를 키울 때도 가족단위로 공동육아를 하는데, 어미새가 가져다주는 먹이가 적을 경우에는 다른 가족들이 먹이를 갖다 주며 공동으로 새끼를 양육한다. 검은 모자를 쓴 모습에서 반갑게 찾아오는 신사를 연상케 하는 새이다.
(7.10일 텃밭 풍경)
텃밭 가는길에 핀 무궁화
상추밭에서 크고 있는 '아마란스'
고추와 토마토(토마토가 익어 붉게 변할때 까치와 물까치가 먼저 와서 맛을 본다)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 참외
채밀중인 꿀벌은 한번에 50~200송이 꽃을 찾아 다니며 하루 16회정도 꿀을 딴다고 한다 .會到百花成蜜時 (회도백화성밀시) 벌들이 수많은 꽃들을 찾아 꿀을 이룰 때 不知甛是何花來 (부지감시하화래) 그 달콤함은 어느 꽃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네.
열매마
차요테
히카마(얌빈)
(8.4일 텃밭풍경)
손길이 미치지 못한곳에 넝쿨류와 잡초가 무성하다.
자세히 살펴볼수록 매력넘치는 더덕꽃
가을무우 파종을 위한 준비
무우, 쪽파 파종
히카마
작두콩
2m 넘게 자란 신선초
신선초 꽃
8.11일(며칠 전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황폐화된 텃밭)
고랑과 비닐멀칭을 했음에도 고추와 토마토는 살아남지 못했다.
폭우로 10일전 파종한 가을 무우, 당근 새싹은 거의 망실되고 모래와 작은 돌들만 남았다.
다행이도 생명력이 강한 쪽파는 건재하다.(파종 13일 후 모습)
차주에 밭을 정리해 김장용 배추모종 정식과 무우, 당근, 가을상추를 파종할 계획이다.
(8.21일 텃밭 풍경)
집중호우에 유실되거나 시든 작물을 제거한 후 재파종 준비작업 완료
김장용 배추모종 50포기 정식(강한 햇볕을 피해 해질무렵 정식해야 한다.)
적당한 수분을 필요로 하는 울금은 집중호우에도 건재하다. 해바라기꽃은 호우에 시들해지고 설익은 알곡은 새들로 인해 쭉정이만 남았다.
수분을 좋아하는 작물은 피해가 없다.(아피오스, 작두콩, 히카마..)
메꽃과 경쟁하고 있는 차요테가 처음으로 결실을 맺었다.
단풍잎유홍초와 함께 심은 일본나팔꽃이 한낮 뙤약볕에 힘겨워하고 있다.
(9월 3일)
가을 상추, 시금치도 싹을 튀웠다.
배추도 땅힘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노란코스모스 군락에 유난이 붉은꽃이 몇 몇 피었다
텃밭 한켠에 '메리골드'가 특유의 향기와 함께 개화를 다투고 있다.
척박한 땅에 꽃을 피운 '노란코스모스'
고마리꽃과 너무 닮은 며느리밑씻개 꽃. 일제시대 막지어진 민망한 이름은 최근 '가시모밀'로 개명되었다
'고마리'. 고만이라고도 하며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는 한해살이 풀로 위 가시모밀과 닮았다.
고마리 개화
'끈끈이대나물' 꽃은 언제봐도 앙증스럽고 참 예쁘다.
(9.17 텃밭 주변 풍경)
2주전에 파종한 가을상추가 모종크기로 자랐다.
김장용 배추도 제법 크게 자라고 있다.
차요테, 호박넝쿨이 경쟁하며 무성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단풍잎유홍초를 점령한 일본나팔꽃
'닥풀꽃'. 닥풀 뿌리는 점액이 많기 때문에 닥종이를 만드는 데 중요한 풀 감이 된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울금꽃' 향기는 은은한 솔향과 같으며, 2~3주 정도 꽃을 피운다 . 향기 때문인지 주변에 모기도 성기지 않는다.
땅속의 과일이라 불리는 '야콘'도 국화과 답게 노란 꽃을 피웠다.
찬바람이 불면 더 많은 꽃을 볼 수 있는 가지꽃.
'여주꽃'. 박과에 속하는 여주는 혈당을 낮추어 주는 효능이 있다.
연분홍 색이 어여쁜 넝쿨콩꽃
오이꽃. 추비 덕분인지 5월부터 꾸준히 꽃을 피우며 오이를 만들어 낸다.
9월은 꽃무릇 계절인가? 이명으로 석산화(石蒜花), 상사화(相思花)로 불린다.
차요테꽃
어린시절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과꽃'
'이질풀(痢疾풀)'은 쥐손이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 온대 지방에 분포한다. 주로 들에서 자란며 여름이 되면 흰색이나 분홍색의 작은 꽃이 피는데, 이들은 각각 5개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 개화기는 8-9월, 결실기는 9-10월이다. 이름 그대로 이질(설사)에 약초로 쓴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꿀풀과 '핫립세이지'
(10.1일 텃밭풍경)
혹시 옆집에서 냄새맡고 찾아올까 해서 문은 닫고 먹는다는 가을상추
찬바람 불때 무수히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차요테. 추비할 시기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의 대표적 잡초 '털별꽃아재비'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인 '서양등골나물'. 단기간에 전국을 점령한 생태계 교란종인 외래식물로 보는즉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산기슭이나 길가에 자라는 '쥐꼬리망초'는 열매가 쥐꼬리처럼 길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녘말로 무릎꼬리풀 이라 하는데, 무릎까지 오는 크기와 생긴 모양을 반영한 것이다. 흔한 잡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향기도 진하고 눈길을 머물게 하는 꽃이다.
작아서 발에 자주 밟히는 귀여운 너의 이름은 "주름잎꽃"
밭가나 길가에 흔히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전국 어디서나 볼수 있는 '여뀌'
'도꼬마리'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온몸에 짧고 빳빳한 털이 빽빽하게 깔려 있는게 특징으로 동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에 분포한다. 한반도에서는 외래종으로서 토착화하였다. 한의학 에서는 도꼬마리의 열매를 창이자(蒼耳子)라고하는데 한방에서 효능이 뛰어난 약재로 쓰인다.
'환삼덩굴'은 삼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한해살이풀인데, 보리가 영입될 적에 들어온 귀화식물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을 통해서 유입되었다고 추측하는데, 유입된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귀화식물이 아닌 토착식물로 보기도 한다. 번식력이 매우 왕성해서 수가 빠르게 불어난다. 또한 칡 마냥 덩굴을 주변 식물에게 뻗어 그 위에 '지붕'을 만듦으로써 아래를 그늘지게 하여 주변 식물을 죽게 한다. 줄기에 돋은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스치기만 해도 상처를 남긴다. 약재로 사용되지만 대표적 잡초로 흔히 악마의 풀로 불리기도 한다.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물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인 '물봉선'이다. 산골짜기의 물가나 습지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풍선초' 또는 풍선덩굴은 열대 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정원, 공원 등에 심어 기르거나 그중 일부가 야생화하여 숲속, 풀밭 등에서 자라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씨앗은 검은바탕에 흰하트 모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취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풀로 약 100여 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60여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그 중 24종을 먹을 수 있다. 참취 , 개미취, 각시취, 미역취 ,곰취 등이 있으며 그 중 참취 수확량이 가장 많다. 하얀 '참취꽃'이 소담스레 피었다.
메리골드꽃에 채밀 중인 '박각시'는 봄부터 가을까지 서식하는 나방으로 꽃을 찾아다니며 긴 주둥이로 빨대처럼 꿀을 빤다. 해질녘 시간에 활동이 왕성하며 날개를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작은 벌새로 착각하기도 한다.
깊어가는 가을날 망초가 곱게 피었다. 망초는 말대로 망할풀인데 국화과 식물로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외래종 귀화식물이다. 1900년 초에 나라가 망할때 들어와 붙여진 이름인가? 워낙 번식력이 강해 밭을 망하게 한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꽃이리라. 그러나 참 예쁜꽃 망초!
국화과 답게 무서리를 견디며 연보랏빛으로 다가오는 벌개미취
김장용 무우 수확
무우청 만들기
무성했던 한해를 마감하고 긴 겨울로 들어선 텃밭.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눈속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