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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율곡 이이 매초명월(栗谷 李珥 梅梢明月)

온 세계가 코로나19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와중에 어김없이 봄은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전에 보낸 일상들이 그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보며 모두가 바라는 평범한 일상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제 블로그는 지인의 간곡한 청에 의하여 시작하게 되었는데 선조들이 남긴 고전적 요소를 고찰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며 특용작물 위주로 직접 재배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개설한 지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남긴 흔적들이 너무나 졸렬하고 부족하여 지워버리고자 하는 마음이 매일 일어나지만 조그만 미련 때문에 이렇게 유지를 하고 있다. 제 블로그를 찾아 주신 노갑권 님께서 율곡선생 시 매초명월(梅梢明月)에 대한 自書와 현토(懸吐) 요청을 거절할 수 없기에 졸필이지만 올려보고자 한다.

내가 주거하는 가까운 곳에 주말농장을 하고 있는데 몇 일 전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곧 거름 뿌리고 삽질을 해야 하는 주말농부의 일상 속으로 접어들겠지만 농장 곁 매화가 지기 전에 탁주 한말 등에 지고 매화향 안주삼아 大醉의 興을 즐겨 보리라. 율곡 선생은 앞 化石亭 등에서 소개하였기에 생략하도록 하겠다.

 

매초명월(梅梢明月 : 매화 가지 끝에 밝은 달)

梅花本瑩然(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서리 눈에 흰 살결 더욱 어여뻐

淸寒澈人髓(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對比洗靈臺(대비세영대) 매화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今宵無點滓(금소무점재) 오늘 밤엔 한 점의 티끌도 없네.

 

평년보다 늦게(2020.3.15)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