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6.25 참전 용사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발전상에 놀라고 수풀로 우거진 산을 보며 더 놀란다고 한다. 저절로 내뱉는 단어가 “Miracle”이다. 6.25 전쟁당시 산과 들은 화염에 잿더미가 되고 땔감으로 나무를 사용했으니 헐벗은 민둥산만 바라보다 반백년 세월이 지나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한 모습을 바라보며 이처럼 감탄사가 나왔을 것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백년만에 찾아온 기록적 폭우로 물 폭탄을 맞은 서울 강남 일대가 아수라장이다. 예로부터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은 치산치수(治山治水)라 했는데 이를 다스릴 능력과 기술이 있음에도 피해가 큰 것은 인재(人災)임이 분명하다.
크게 보면 인간에 의해 자연의 질서와 생태계는 파괴되고 환경을 등한시한 사필귀정의 결과물이다. 수천 년이 지난 후 다른 개체가 망가진 지구를 살펴본다면 인간의 정의는 “자연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하여 스스로 멸종의 길을 걸어간 유일한 동물”로 묘사할 것이다.
곧 처서(處暑)와 백로(白露)가 지나가면 본격 가을로 접어드는데 마음은 이미 가을로 줄달음쳐 현포 윤치가 읊은 추야를 살펴보고자 굵은 비 내리는 밤에 붓을 잡아 보았다.
현포 윤치(玄圃 尹治. 생졸연대 미상)는 조선시대 시인으로 본관은 해평(海平), 자는 자정(子精) 호는 현포(玄圃)이다. 해숭위(海嵩尉 : 선조(宣祖)의 부마(駙馬)가 되어 받은 봉직) 윤신지(尹新之, 1582∼1657) 서손(庶孫)으로 태어났다. 특히 그의 시는 속기를 벗어날 정도로 맑고 격조가 높았다고 한다.
추야(秋夜)
老樹荒岡響遠聞(노수황강향원문) 오래된 나무 황량한 언덕에 멀리 바람소리 들려오고
深夜霜意亂黃雲(심야상의난황운) 깊은 밤 서리 기운 들녘에 어지러이 날리는구나
汀洲客雁如相語(정주객안여상어) 갈대밭에 찾아온 기러기는 서로 이야기하는 듯하고
月在西峰缺半分(월재서봉결반분) 서산 봉우리에 지는 달은 이지러져 반만 걸려 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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