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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유재 이현석 시 만음(游齋 李玄錫 詩 漫吟)

유재 이현석(游齋 李玄錫. 1647년 ~ 1703년) 조선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전주(全州), 자 하서(夏瑞), 호 유재(游齋), 시호 문민(文敏)이다.

1667년(현종 8) 진사가 되고, 1675년(숙종 1) 증광문과에 을과로 급제, 이듬해 예문관검열에 보직된 뒤 삼사의 여러 벼슬을 역임하였다. 1682년 우승지가 되었으나 송시열(宋時烈) 등 서인의 예론(禮論)을 반대하다가 철원에 부처(付處)되었다.

1688년 다시 동래부사에 임명되었고, 이듬해 경상도관찰사, 1691년 동지중추부사, 1693년 춘천부사를 지냈다. 이듬해 청풍현감을 자원하여 나가 명사강목(明史綱目)을 저술하였으며, 그 뒤 한성부판윤·우참찬·형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관직에 있는 동안 군학(君學)과 시무(時務)에 관한 여러 소장(疏章)과 저서를 제진(製進)하였다. 탕평책과 중농정책을 건의하였으며, 경연강의(經筵講義) 교재의 개편을 진언하였다.

국방정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강화도 축성방안과 봉수제도의 개선방안 등을 건의하는 상소를 올렸으며, 춘천부사 등 지방관으로 있을 때는 진휼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 경제세무(經濟稅務)에 관한 실용적인 사상을 가지고 조세의 감면 등 각종 정책을 입안하였고, 역리(易理)로써 군도(君道)와 치술(治術)을 설명한 역의규반(易義窺斑)을 저술하여 임금에게 올렸다. 성리학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이론보다는 존심양성(存心養性) 등 실천적인 덕목에 치중하였다.

저서로는 명사강목(明史綱目)24권, 역의규반(易義窺斑)1권, 유재집(游齋集)24권 등이 있다.

 

오늘은 24절기 중 제일 덥다는 대서이다. 15일 지나면 여지없이 입추로 접어든다. 예년에 비하면 장마기간도 짧고 더위도 그리 심하지 않은 터이라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이 또한 세월의 흐름 속에 가을을 맞이하리라. 대모산 기슭에 조그만 텃밭을 가꾼지 20여년이 지났다. 주말마다 지인들과 함께 어울려 막걸리 한잔으로 잡초, 벌레와의 전쟁을 힘들게 치른 보상을 받는다. 이마저도 내년에는 공원으로 편입되어 더 이상 주말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되겠지만… 다가올 이곳에서의 마지막 수확을 그려보며, 유재 선생께서 남긴 시 만음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만음(漫吟 : 흥에 겨워 읊다)

 

九月西風晩稻黃(구월서풍만도황) 9월 서풍에 누런 벼 황금물결 출렁이고

寒林落葉盡迎霜(한림낙엽진영상) 차가운 숲 서리 맞아 낙엽 지는데

田翁白酒來相餉(전옹백주내상향) 시골 늙은이 막걸리 들고 와 함께 마시니

漫興陶然醉夕陽(만흥도연취석양) 흥겹게 취해 바라보니 석양은 붉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