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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유 시 3수 조명간, 산중, 신이오(王維 詩 3首 鳥鳴澗, 山中, 辛夷塢)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佛紀 2567년), 또는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로 대체공휴일이 지정되어 3일 연휴를 보냈다. 사월초파일인 이 날은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이 음력으로 4월 8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불교가 전래된 것은 삼국 시대이다. 고구려 소수림왕(小獸林王) 2년(372)에 전진(前秦: 315~394)의 왕 부견(符堅 : 재위 357~385)이 사신과 승려 순도(順道)가 불상과 불경(佛經)을 전한 것에서 비롯된다. 고구려의 전래보다 12년 뒤인 침류왕(枕流王) 원년인 384년에 동진(東晋)의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와서 백제에 불교를 전하였다. 신라의 불교전래는 여러 수난을 겪은 후 법흥왕(法興王) 14년(527)에 이차돈(異次頓)의 순교를 계기로 공인되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당나라 시대에 불교가 가장 융성하고 꽃을 피웠던 시대이다.

성당(盛唐)을 대표하는 인물인 왕유(王維, 699 ~ 759년)는 늦게 불도에 심취하여 시로써 선의 경지를 체득한 시불(詩佛)로 시선일치(詩禪一致)를 이룬 시인이자 화가로 명성이 높았다.

그는 당시(唐詩)에 있어서 시선(詩仙) 이백(李白), 시성(詩聖) 두보(杜甫)와 함께 3대 시인으로 불리며, 그림에 있어서도 남종문인화(南宗人畵 : 동양화의 한 분파로 북종화(北宗畵)에 대비되는 화파이다. 명나라 말기 동기창(董其昌)이 당나라 선불교의 남·북 분파에 빗대어 화가의 영감과 내적 진리의 추구를 중요시하는 문인 사대부화(士大夫畵)를 남종화로 부르면서 정착된 개념)의 개조(開祖)로 추앙받고 있다.  

소식(蘇軾. 蘇東坡 1036~1101)은 그의 그림과 시를 평하기를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라고 하였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불(詩佛)로 대표되는 왕유(王維)의 시 3수를 통해 선풍(禪風)적  감흥이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조명간(鳥鳴澗 : 새 지저귀는 산골 개울가)

人閑桂花落(인한계화락) 사람은 한가롭고, 계수나무 꽃 떨어지는데

夜靜春山空(야정춘산공) 밤은 고요하고 봄 산은 텅 비었네.

月出驚山鳥(월출경산조) 밝은 달 뜨니 산새는 놀라서

時鳴春澗中(시명춘간중) 이따금 봄 물가에서 우짖고 있네.

 

산중(山中) 

荊溪白石出(형계백석출) *형계 시냇물에 흰 돌 드러나고

天寒紅葉稀(천한홍엽희) 날씨는 차가워 단풍잎 드문드믄..

山路元無雨(산로원무우) 산길엔 원래 비도 오지 않았는데

空翠濕人衣(공취습인의) 허공의 푸른빛 옷깃 적시네

*형계(荊溪)는 중국 지명으로 섬서(陝西) 난전현(蘭田縣)에서 발원하여 장안을 거쳐 패수(㶚水)로 흘러드는 강이다.

 

신이오(辛夷塢 : 목련꽃 핀 언덕에서)

木末芙蓉花(목말부용화) 나무 가지 끝 부용 꽃(자목련꽃)

山中發紅萼(산중발홍악) 산속에서 붉은 꽃을 피웠네.

澗戶寂無人(간호적무인) 산골계곡 오두막 인적 없는 곳에서

紛紛開且落(분분개차락) 무수히 피었다가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