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 ~ 1560)가 지었다는 백련초해(百聯抄解)는 한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고 쓰고 해석해야만 하는 보서(寶書)다. 7언 연구(連句)마다 연관된 문장과 내용이 내력과 함께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구의 출전(出典) 찾아가는 공부는 하서선생의 심오한 학문적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의미가 있으리라.
백련초해는 초학자(初學者)에게 한시(漢詩)를 가르치기 위하여 칠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ㆍ連句) 100 수를 뽑아 한글로 해석을 붙인 책이다.
연구(連句)의 한 자마다 천자문(千字文)과 같이 한글로 새김과 독음(讀音)을 단 뒤에 그 구의 번역을 붙였는데, 조선 명종 때 김인후의 편찬이라고 전하여진다.
원간(原刊)에 대한 기록은 없으나 임진왜란 이전의 간본(刊本)은 일본의 동경대학(東京大學)에 소장되어 있는 목판본(木版本)이다.
그러므로 전라도 장성(長城) 출신인 김인후의 편찬일 가능성이 높다. 1576년(선조 9)의 고사촬요(攷事撮要 : 조선시대의 사대교린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엮은 유서)의 책판 목록에 의하면, 평양과 장흥(전라도)에 백련초해의 책판이 등록되어 있으므로, 이 책이 16세기 중엽의 장흥판(長興版)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 이후의 중간본은 국내에 몇 책이 전한다. 장성의 필암서원(筆巖書院)과 순천(順天)의 송광사(松廣寺)에는 책판까지 남아 있다. 이들은 동경대학 소장본과는 달리 한자의 새김을 없앤 점이 특이하다.
한시 연구의 순서도 다른데, 이들 중간본 사이에도 연구의 순서와 번역이 일치되지 않는다. 동경대학 소장본은 1973년『국문학 연구』(효성여자대학교) 4호에 영인(影印)되고, 임진란 이후의 간년(間年) 미상인 한 책이 1960년대구대학(현 영남대학교의 전신)에서 영인되어 국어사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백련초해는 7언 절구 2구절 대련구(對聯句) 형식으로 14자로 총 100구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총글자만 1400자에 이른다.
향후 시간이 날 때마다 17~20편에 걸쳐 주옥같은 명 문장들을 함께 배워가는 마음으로 자서연재(自書連載)하고자 한다.
백련초해(百聯抄解 : 7言古詩 100개의 連句를 뽑아서 해석하다) 其一 ~ 其六.
花笑檻前聲未聽(화소함전성미청) 꽃은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林下漏難看(조제임하루난간) 새는 수풀 아래서 우는데 눈물은 보이지 않네.
花含春意無分別(화함춘의무분별) 꽃은 봄을 맞아 누구에게나 활짝 웃건만
物感人情有淺深(물감인정유천심) 만물은 사람의 느낌에 따라 깊이가 다르구나.
花因雨過紅將老(화인우과홍장로) 꽃잎에 비 지나가니 붉은 빛 시들고
柳被風欺綠漸除(류피풍기녹점제) 버들가지에 바람이 하롱이니 푸른빛 사라지네.
花下露垂紅玉軟(화하로수홍옥연) 꽃 아래 이슬은 붉은 구슬을 드리운 듯 부드럽고
柳中煙鎖碧羅經(류중연쇄벽라경) 버들이 물안개에 잠기니 푸른 비단이 널려 있네.
花不送春春自去(화불송춘춘자거) 꽃은 봄을 보내지 않아도 봄은 스스로 가고
人非迎老老相侵(인비영노노상침) 사람이 늙음을 맞으려 아니해도 늙음이 쳐들어왔네.
風吹枯木晴天雨(풍취고목청천우) 마른 나무에 바람 부니 맑은 날에 비 오는 듯 하고
月照平沙夏夜霜(월조평사하야상) 망망한 모래밭에 달이 비치니 여름 밤에 서리가 내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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