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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왕석 춘강화월야(王錫 春江花月夜)

현재(現在, Present)를 시간으로 정의한다면 바로 지금 찰나의 순간을 말한다. 붓에 먹물을 적셔 글을 쓰는 순간에도 붓이 지나갔으면 과거가 되고 붓이 지나가기 바로 전 흰 화선지는 미래가 되듯이 현재는 찰나라는 시간의 연속인 샘이다. 1초라도 지나갔으면 과거지사(過去之事)가 되는 것이다. 집착과 몽매(蒙昧)함은 과거의 산물이고 욕심과 바람은 미래의 희망이듯이 인간이기에 늘 과거와 미래의 좁디좁은 공간에서 아웅다웅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 들은 참 현실적이다. 우리가 겪은 젊은 시절은 다가올 미래에서 행복을 찾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아끼며 살았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는 현재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다가올 불확실성의 미래에 행복을 답보하지 않으며 미래의 행복은 그때 가서 찾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라는 것은 시간이 주는 선물(Present)이기 때문에 조건 없이 받아야 하는 것이리라.
 
 어제 세종시 미호강 주변을 산책하며 자연이 우리에게 눈으로 바라보는 현재의 선물을 사진에 담아 보았으며 개구리 소리 요란한 밤에 왕석의 춘강화월야를 자서해 보며 1500여년 전 봄 강에 꽃 핀 달밤의  의미를 느껴보고자 한다.
 
왕석(王錫. 499-534)은 중국 남북조 시대(南北朝 時代 : 386~589. 동북방에서 중국으로 정복활동을 벌이며 침입한 이민족들이 세운 북조와 한족이 세운 남조와 대립하다가 선비족의 우문태(宇文 泰)가 건국한 왕조 북주가 수(隋) 나라로 계승되었고 마지막 남은 한족 국가 중국(陳나라)을 정복하고 통일시킨 시대까지를 말한다.)의 남조송낭사임기(南朝宋琅邪臨沂 : 지금의 山東省 臨沂市) 사람으로 왕홍(王弘)의 아들이며, 자는 과광(寡光)이다. 고위 관료의 직책을 수행했으며, 간단한 가족사 외 기록이 없다.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 봄 강에 꽃 핀 달밤)

春江兩岸百花深(춘강양안백화심) 봄 강 양쪽 언덕에 온갖 꽃이 짙게 피어있고
晧月飛空雪滿林(호월비공설만림) 허공에 뜬 밝은 달에 숲이 온통 희네
爲愛良宵淸似晝(위애양소청사주) 참으로 맑음이 낮과 같은 밤이 좋아서
獨來江畔試幽尋(독래강반시유심) 홀로 강가에 와서 그윽함을 찾는다네
 
東風送冷春衫薄(동풍송냉춘삼박) 동풍의 찬 기운에 봄옷 아직 얇지만
花月堪憐難擲却(화월감련난척각) 애처로이 견디는 꽃과 달을 외면하기 어렵네
孤月何能夜夜圓(고월하능야야원) 외로운 달은 어찌 밤마다 둥글 수 있나
繁花易遣紛紛落(번화이견분분락) 한창 핀 꽃도 금세 분분히 지는 것을
 

搔首踟躕江水濱(소수지주강수빈) 머리 긁으며 강 가장자리 서성이다가
月明忽遇弄珠人(월명홀우농주인) 밝은 달에 홀연 고운 이 만나게 되었네
紅粧笑入花叢去(홍장소입화총거) 붉은 단장 미소 지으며 꽃 숲에 들어가
倂作江南斷腸春(병작강남단장춘) 어우러져 강남의 애끓는 봄을 보낸다네
 
月轉江亭花影動(월전강정화영동) 달 기우니 강가 정자에 꽃 그림자 변하고
數聲嬌鳥枝頭弄(수성교조지두농) 나뭇가지 끝마다 곱디고운 새소리 들려
侵曉分途踏月歸(침효분도답월귀) 새벽이 오니 헤어져 달빛 밟고 돌아오지만
連宵應作春江夢(연소응작춘강몽) 밤마다 응당 봄 강의 꿈꾸어보리라
 

(미호강 주변 봄꽃의 향연)

샤스타 데이지
꽃양귀비
끈끈이대나물
미호강 방제길
족제비사리
붉은토끼풀
금계국
갈퀴나물
살갈퀴
금계국
병꽃
망초
지칭개
자주개자리
두메꿀풀
구슬봉이
광대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