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왕각(滕王閣)은 중국 강남 3대 명루(江南三大 名楼)로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汉市, 무한시)의 황학루(黄鹤楼), 후난성(湖南省) 웨양시(岳陽市, 악양시)의 악양루(岳陽楼)와 더불어 강남 3대 명루(江南三大名楼)의 하나다.
당(唐)의 고조(高祖) 이연(李渊)의 아들인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嬰)이 영휘(永徽) 4년인 653년에 처음 건립하였으며 장시성(江西省) 난창시(南昌市, 남창시) 서남쪽, 장강의 지류인 간강(赣江, 감강) 동안, 둥후구(东湖区, 동호구)에 위치하고 있다.
최초 건립 후 20여 년 후 후임 홍주도독(洪州都督)이 이를 재건하고 문인들로 하여금 시문을 짓게 하였는데 그중 왕발(王勃)이 지은 등왕각서(滕王閣序)가 유명하다. 이후 송(宋), 원(元), 명(明), 청(清)에 걸쳐 수십 차례의 중건 및 복구를 거쳤으며 이에 따라 건물의 형태가 변화되었다. 현재의 등왕각(縢王閣)은 높이 57.5m의 9층, 내부면적 13,000㎡의 위용으로 1989.10월 복원되어 난창시(南昌市, 남창시)의 상징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
소개하고자 하는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는 중국 명문장으로 유명하다. 왕발(王勃. 650 ~ 676)은 당(唐) 초기 문인으로 자는 자안(子安)이다. 문중자(文中子)를 지은 왕통(王通)의 손자로, 6세 때 이미 문장을 잘 지었고 17세에 유소과(幽素科)에 급제하였으나 자신의 재능을 믿고 오만하여 사람들의 질시를 받았다. 뒤에 관노(官奴)를 죽인 죄로 관직에서 물러났는데, 이 일로 교지(交趾)의 현령(縣令)으로 좌천되어 있던 아버지 복치(福畤)를 만나러갔다가 돌아오던 중에 배에서 떨어져 죽었다. 시명(詩名)이 있어 양형(楊炯), 노조린(盧照鄰), 낙빈왕(駱賓王) 등과 함께 ‘초당사걸(初唐四傑)’로 불린다.
중국에서 명문장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등왕각서를 해설과 함께 서문 일부와 말미 사운팔구(四韻八句)를 행서체로 자서해보았다.
등왕각서(滕王閣序)
南昌(豫章)故郡(남창고군) 옛 남창군(南昌郡)이었던 이곳은
洪都新俯(홍도신부) 새로이 홍도(洪都)가 되었다.
星分翼軫(성분익진) 별자리로는 익(翼),진(軫)에 해당하는 땅으로,
地接衡廬(지접형려) 서쪽으로는 형산(衡山)에 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여산(廬山)에 접해 있다.
襟三江而帶五湖(금삼강이대오호) 세 강이 옷깃처럼 두르고 다섯 호수가 띠처럼 둘러져 있다.
控蠻荊而引甌越(공만형이인구월) 이 곳은, 형만을 누르고 구월을 끌어 닫기는 위치이기도 하다.
物華天寶(물화천보) 이곳 물산의 정화는 하늘이 내린 보배이니
龍光射牛斗之墟(용광사우두지허) 용천검의 광체가 견우성과 북두성 사이를 쏘았고,
人傑地靈(인걸지영) 인물 걸출하고, 땅은 영기가 있어
徐孺下陳蕃之榻(서유하진번지탑) 서유는 태수인 진번(陳蕃)이 걸상을 내려주며 맞아들였다.
雄州霧列(웅주무열) : 경치 좋은 주(州)와 군(郡)이 안개 처럼 즐비하고
俊彩星馳(준채성치) : 문채가 뛰어난 인물들이 밤하늘의 뭇 별처럼 찬란하게 활약하니
臺隍枕夷夏之交(대황침이하지교) 이 곳 누대(樓臺)와 성 밑의 못은 초(楚)나라와 중화(中華)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데,
賓主盡東南之美(빈주진동남지미) 이 곳 등왕각에 모인 많은 빈객(賓客)과 주인은 동남의 훌륭한 인물들이다.
都督閻公之雅望(도독염공지아망) 도독 염공의 고상한 인망을 갖추어
棨戟遙臨(계극요임) 게극을 앞세우고 멀리서 부임해왔다.
宇文新州之懿範(우문신주지의범) 우문은 신임태수로 부임하던 중에
襜帷暫駐(첨유잠주) 이곳에서 수레를 멈추었다.
十旬休暇(십순휴가) 마침 십순의 휴가날이라
勝友如雲(승우여운) 훌륭한 벗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千里逢迎(천리봉영) 천리 먼 곳의 사람들도 맞아들이니
高朋滿座(고붕만좌) 인품이 높은 친구들이 자리에 가득했다.
騰蛟起鳳(등교기봉) 솟아오르는 교룡같고 날아오르는 봉황새 같은 친구들은
孟學士之詞宗(은맹학사지사종) 맹학사는 문장의 대가이고
紫電淸霜(자전청상) 자줏빛 번개같고 차가운 서릿발같은 지조를 갖춘 인물들은
王將軍之武庫(왕장군지무고) 왕장군의 무기고처럼 유능하다.
家君作宰(가군작재) 우리 아버님이 현령이 되시니
路出名區(로출명구) 가시는 길에 유명한 이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童子何知(동자하지) 어린 제가 무엇을 알아서
躬逢勝餞(궁봉승전) 이 훌륭한 잔치를 만났겠습니까?
時維九月(시유구월) 째는 구월
序屬三秋(서속삼추) 계절은 가을이었다.
潦水盡而寒潭淸(료수진이한담청) 길에 고인 빗물은 다 말라버리고 차가운 못물은 맑고
煙光凝而暮山紫(연광응이모산자) 안개는 엉기고 저문 산은 자색으로 빛나는지라
儼驂騑於上路(엄참비어상로) 길가에 말 네필을 위엄있게 치장하여
訪風景於崇阿(방풍경어숭아) 높은 산으로 풍광을 찾아간다.
臨帝子之長洲(임제자지장주) 제자의 땅 장주에 임하니
得仙人之舊館(득선인지구관) 선인의 옛 관저가 있었다.
層巒聳翠(층만용취) 중첩한 산봉우리들은 비취빛을 띠고 솟아있고
上出重霄(상출중소) 위로 솟아올라 높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飛閣流丹(비각류단) 나는 듯 한 누각에 단청빛이 흐르고
下臨無地(하임무지) 아래를 보니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鶴汀鳧渚(학정부저) 학이 노는 물가와 오리가 노니는 물가는
窮嶋嶼之縈廻(궁도서지영회) 섬을 둘러 끝없이 이어져 있고
桂殿蘭宮(계전란궁) 계수나무 궁전과 목란 궁궐이
列(卽)岡巒之體勢(열강만지체세) 언덕과 산봉우리의 형세를 따라 줄지어 있다.
披綉闥(피수달) 채색한 작은 문을 열고
俯雕甍(부조맹) 조각한 용마루 얹은 누각을 굽어보니
山原曠其盈視(산원광기영시) 산과 들은 광활하여 그것이 시야에 가득하고
川澤盱其駭矚(천택우기해촉) 시내와 못은 광대하여 보는이의 눈을 놀라게 한다.
閭閻撲地(여염박지) 촌락이 땅에 늘어서 있어
鍾鳴鼎食之家(종명정식지가) 종을 울려 모으고 솟을 걸어놓고 식사하는 큰 집안도 있다.
舸艦迷津(가함미진) 큰 배와 전함들이 나루터에서 왔다갔다하니
靑雀黃龍之舳(청작황룡지축) 청작과 황룡을 그린 뱃고물이 보인다.
虹銷雨霽(홍소우제) 무지개 사라지고 비도 개니
彩徹雲衢(明)(채철운구) 햇살이 구름 사이에서 드러난다.
落霞與孤騖齊飛(낙하여고무제비) 저녘노을은 짝 잃은 기러기와 나란히 날고
秋水共長天一色(추수공장천일색) 가을 물빛은 높은 하늘과 같은 색이다.
魚舟唱晩(어주창만) 고기잡이 배에서 저녘에 노래부르니
響窮彭蠡之濱(향궁팽려지빈) 그 울림이 팽려의 물가까지 들려오고
鴈陣驚寒(안진경한) 기러기떼 추위에 놀라
聲斷衡陽之浦(성단형양지포) 그 소리가 형양의 포구까지 멀어진다.
遙吟俯(襟甫)暢(요음부창) 아득히 읊조리며 구부리며 펴고하니
逸興遄飛(일흥천비) 편안한 흥취가 제빨리 날 듯이 일어난다.
爽籟發而淸風生(상뢰발이청풍생) 상쾌한 소리 들려오니 맑은 바람 일고
纖歌凝而白雲遏(섬가응이백운알) 고운 노랫소리 엉기어 흰 구름까지 닿는다.
睢園綠竹(휴원록죽) 휴원의 푸른 대나무
氣凌彭澤之樽(기릉팽택지준) 그 기상은 팽택령 도연명의 술잔을 능가하고
鄴水朱華(업수주화) 업수가의 붉은 꽃은
光照臨川之筆(광조임천지필) 그 빛 임천내사의 붓을 비춘다.
四美具(사미구) 오늘 이 자리가 네 가지 아름다움을 다 갖추고
二難幷(이난병) 두 가지 어려운 것도 함께 갖추었으니
窮睇眄於中天(궁제면어중천) 하늘 중천까지 눈길 다 주고
極娛遊於暇日(극오유어가일) 한가한 날에 마음껏 즐겨 논다.
天高地逈(천고지형) 하늘은 높고 땅은 아득하니
覺宇宙之無窮(각우주지무궁) 우주가 무궁광대함을 깨닭았도다.
興盡悲來(흥진비래)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니
識盈虛之有數(식영허지유수) 차고 비는 것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것 알았도다.
望長安於日下(망장안어일하) 멀리 태양아래 있는 장안을 바라보며
指(目)吳會於(于)雲間(지오회어운간) 구름 사이에 있는 오군과 회계군을 가리켜본다.
地勢極而南溟深(지세극이남명심) 지세가 다하니 남쪽 바다가 깊고
天柱高而北辰遠(천주고이북신원) 하늘기등은 높고 부극성은 멀리도 하다.
關山難越(관산난월) 관산은 넘기가 어려우니
誰悲失路之人(수비실로지인) 누가 길 잃은 사람을 슬퍼해주리오.
萍水相逢(평수상봉) 부평초와 물이 만났으니
盡是他鄕之客(진시타향지객) 이들 모두가 타향의 길손이로다.
懷帝閽而不見(회제혼이불견) 제왕의 궁문을 그리워해도 보이지 않으니
奉宣室以何年(봉선실이하년 어느해라야 선실에서 봉명할까?
嗚呼(오호) 아아
時運不齊(시운불제) 시운이 고르지 못하고
命途多舛(명도다천) 운명은 어긋나는 일이 많구나.
馮唐易老(풍당이노) 풍당은 등용되기 전에 늙기 쉬웠고
李廣難封(이광난봉) 이광은 공적이 있어도 봉해지기 어려웠다.
屈賈誼於長沙(굴가의어장사) 굴원과 가의가 장사에 지내야 했음은
非無聖主(비무성주) 성군이 없었음이 아니도다.
竄梁鴻於海曲(찬양홍어해곡) 양홍의 바닷가에서 숨어산 것은
豈乏明時(기핍명시) 어찌 밝은 시대가 부족한 것이겠는가?
所賴君子安貧(機)(소뢰군자안빈) 내가 믿는 바, 군자는 가난을 편안히 여기고
達人知命(달인지명) 달인은 자긴의 천명을 안다.
老當益壯(로당익장) 늙어질수록 더욱 강해진다면
寧知白首之心(영지백수지심) 어찌 노인의 마음을 알겠는가?
窮且益堅(궁차익견) 가난할수록 더욱 굳세어진다면
不墮靑雲之志(불타청운지지) 청운의 뜻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酌貪泉而覺爽(작탐천이각상) 탐천의 물을 마셔도 상쾌함을 느끼고
處涸轍以猶歡(처학철이유환) 곤궁함에 처해도 오히려 기쁠 것이다.
北海雖賖(북해수사) 북해가 비록 아득하여도
扶搖可接(부요가접) 회오리 바람을 타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東隅已逝(동우이서) 젊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지만
桑楡非晩(상유비만) 노년기는 아직 아니도다.
孟嘗高潔(맹상고결) 맹상은 성품이 고결하나
空懷(余)報國之心(情)(공회보국지심) 공연히 나라에 보답할 마음만 가졌고
阮籍猖狂(원적창광) 완적은 미친 듯이 행동하였으니
豈效窮途之哭(기효궁도지곡) 어찌 길 끝난 시골에서의 통곡을 본받겠는가?
勃(발) 나 왕발은
三尺微命(삼척미명) 삼척의 미천한 사람으로
一介書生(일개서생) 일개 서생에 지나지 않는지라.
無路請纓(무로청영) 벼슬을 청할 길 하나 없으니
等終軍之弱冠(등종군지약관) 종군의 약관 때의 일을 기다렸다.
有懷投筆(유회투필) 붓을 던질까 생각해 보았으니
慕宗慤之長風(모종각지장풍) 종각의 장풍을 부러워도 했다.
舍簪笏於百齡(사잠홀어백령) 백 살이 될 때까지 벼슬할 생각 버리고
奉晨昏於萬里(봉신혼어만리) 만리 먼 곳에 계신 부모님 안부를 받들리라.
非謝家之寶樹(비사가지보수) 나는 사씨 집안에서 받드는 보배로운 나무는 아니지만
接孟氏之芳隣(접맹씨지방린) 맹자처럼 좋은 이웃은 만나리라.
他日趨庭(타일추정) 훗날 뜰을 종종걸음으로 지날 때
叨陪鯉對(도배리대) 공자의 아들인 이가 배운 것처럼 나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으리라.
今晨捧袂(금신봉몌) 오늘 소매를 받쳐 들고
喜托龍門(희탁용문) 용문에 기탁하니 기쁘도다.
楊意不逢(양의불봉) 양운을 만나지 못하여
撫凌雲而自惜(무릉운이자석) 능운부를 어루 만지며 스스로 애석해 한다.
鍾期旣遇(종기기우) 종자기는 이미 만났으니
奏流水以何慙(주류수이하참) 흐르는 강물을 연주하여 무엇이 부끄러운가?
嗚呼(오호) 아아
勝地不常(승지불상) 명승지는 항상 있지 않고
盛筵難再(성연난재) 성대한 잔치는 다시 맞기 어렵나니
蘭亭已矣(난정이의) 난정은 이이 버려졌고
梓澤丘墟(재택구허) 재택은 페허가 되었도다.
臨別贈言(임별증언) 이별에 임하여 말씀을 올림은
幸承恩於偉餞(행승은어위전) 다행히 큰 잔치에 은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登高作賦(등고작부) 높은 곳에 올라 부를 짓는 것
是所望於群公(시소망어군공) : 이것이 여러 공들에게 바라는 바이니
敢竭鄙誠(懷)(감갈비성) 감히 저의 보잘것 없는 정성을 다하여
恭疎短引(공소단인) 공손히 짧게 지으니
一言均賦(일언균부) 시 한 수에 운을 맞춰
四韻俱成(사운구성) 사운 팔구를 완성 하고자
請酒潘江(청주반강) 반악(潘岳)에게 술을 청하 듯
各傾陸海雲爾(각경육해운이) 각자 잔을 기울려 육기(陸機)처럼 멋진 문장 지어 보리다.
滕王高閣臨江渚(등왕고각임강저) 등왕각 높은 누각 강가에 임해 있는데
佩玉鳴鸞罷歌舞(패옥명란파가무) 패옥 소리, 방울 소리 가무도 끝났구나.
畵棟朝飛南浦雲(화동조비남포운) 그림 그리던 누각 아침에 나는 것은 남포의 구름이요
珠簾暮卷西山雨(주렴모권서산우) 구슬로 엮은 발 저녁에 걷으니 서산에 비 내린다
閑雲潭影日悠悠(한운담영일유유) 한가한 구름은 연못에 그림자 드리운 채 날마다 유유히 떠다니고
物換星移幾度秋(물환성이기도추) 만물이 바뀌고 별자리가 옮겨가 몇 차례나 가을은 지났건만
閣中帝子今何在(각중제자금하재) 누각 안 왕자는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檻外長江空自流(함외장강공자류) 난간 밖 장강은 부질없이 스스로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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