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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송익필 춘주독좌(宋翼弼 春晝獨坐)

주변에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 중 가장 찬란한 4월이 시작되었다.

흔히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194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T. 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1888~1965)이 1922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인 <황무지>에 쓴 시의 첫 구절에서 나왔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찬란한 4월이 잔인한 사월로 인식되는 것은 1960년 4월 대한민국에서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항거해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419 혁명, 제주 4.3 사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 등으로 잔인한 4월의 대명사가 되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입, 내란 등으로 셀 수 없는 수난을 겪은 달이 4월에 많은 것은 아닐 것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절정인 4월이 가장 찬란한 달임엔 틀림없다.

 

예전에는 4월에 밭을 일구고 중순에 씨를 뿌리고 월말 또는 5월 초순에 모종을 심었으나 그 시기가 점점 빨라졌다. 내가 가꾸는 텃밭에도 3월에 이미 밭갈이를 끝내고 파종을 마쳤으며, 고추 등 모종은 4월 말에 할 예정이다. 인간이 저지런 환경파괴로 인한 급속한 지구 온난화 현실이 심히 우려스럽다.

 

소개하고자 하는 구봉(龜峯) 선생의 춘주독좌(春晝獨坐) 시는 봄날 낮에 홀로 앉아 있다가 느낀 소회(所懷)를 노래한 것으로 중국 정주학(程朱學)의 비조(鼻祖)인 정호(程顥) 선생의 시 '추일우성(秋日偶成)'에서 한 구절인 "만물정관개자득(萬物靜觀皆自得 : 만물을 조용히 살펴보면 그 이치가 스스로 깨우쳐진다)"이란 의미와 맥을 같이 하기에 주변 사진과 함께 찬란한 4월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구봉 송익필 선생은 앞서 소개한 바 있다. : 구봉 송익필 산중, 망월, 산행(龜峰 宋翼弼 山中, 望月, 山行) (tistory.com)

 

춘주독좌(春晝獨坐 : 봄날 낮에 홀로 앉아)

晝永鳥無聲(주영조무성) 날은 길어졌지만 새소리는 없고

雨餘山更淸(우여산갱청) 비 내린 후라 산은 더욱 푸르구나.

事稀知道泰(사희지도태) 일 드물어 도가 형통함을 알겠고

居靜覺心明(거정각심명) 고요히 사노라니 마음 밝음 깨닫노라. 

日午千花正(일오천화정) 한낮에 뭇 꽃들 피어나고

池淸萬象形(지청만상형) 연못이 맑으니 온갖 사물 다 비친다.

從來言語淺(종래언어천) 지난날의 언어는 부질없었으니

默識此間情(묵식차간정) 이 깊은 의미는 말없이 알겠노라.

 

(텃밭풍경)

파종 2주 후 싹이 튼 상추
오가피 새순
쇠뜨기는 소가 잘 먹는 풀이라고 하는 데서 붙여졌다고 한다. 민간에서 생식줄기는 나물로 먹으며, 영양줄기는 약재로도 사용하였다.
재비꽃은 양지바른 곳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모든 잎은 뿌리에서 돋아 비스듬히 퍼진다. 원줄기는 없고 이른 봄 잎 사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 끝에 보라색 내지 자주색 꽃이 한 개씩 달리며, 꽃줄기의 길이는 잎의 길이보다 대부분 약간 길다. 꽃의 직경은 약 2 cm 정도이다. 어린순을 나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