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목일이자 한식이다. 식목의 적기는 3월 중순부터라고 하는데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탓이겠지만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 또한 즐거운 삶의 일부분이다. 국가의 꾸준한 산림녹화사업으로 울창한 숲으로 변해버린 우리나라 산야를 6.25 참전용사가 참전 당시 헐벗은 민둥산기억에서 지금의 변화된 모습을 바라보며 기적이라는 단어를 연발하는 모습이 기억난다.
한식(寒食)일은 동지(冬至)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양력으로는 4월 5일 무렵이다.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일정 기간 불의 사용을 금하며 찬 음식을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금연일(禁烟日), 숙식(熟食), 냉절(冷節)이라고도 한다.
한식의 유래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춘추시대의 인물인 개자추(介子推) 설화이다. 개자추는 망명해 있던 진(晉) 나라의 공자 중이(重耳 : 춘추전국시대 진(晋) 나라의 왕족, 정치가)를 위해 헌신했고, 중이는 마침내 진 문공(晉文公: 재위 .C. 636~628)으로 즉위했지만, 개자추에게는 아무런 벼슬을 내리지 않았다. 분개한 개자추는 면산(綿山)으로 은둔했고, 뒤늦게 이를 깨달은 진 문공이 개자추를 등용하려 했지만, 그는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했다. 진 문공은 개자추를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질렀으나, 개자추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고 타 죽고 말았다. 그래서 개자추를 기리기 위해 불을 사용하지 않고, 찬 음식만을 먹는 한식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대의 개화(改火 : 이는 중국 고대의 제도, 즉 주례(周禮)에서 비롯된 풍습으로, 계절에 따라 새로 불씨를 만들어 여러 주방에서 쓰면 음양의 기운이 순조롭게 되고, 질병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 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모든 사물이 생명을 가지며, 생명이란 오래되면 소멸하기 때문에 주기적 갱생(更生)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불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오래된 불은 생명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오래 사용한 불을 끄고 새로 불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개화의례(改火儀禮)를 주기적으로 거행했는데, 한식이란 구화(舊火)의 소멸과 신화(新火) 점화까지의 과도기란 설명이다. 또한 개자추의 죽음은 구화(舊火)를 끄면서 제물을 태우는 관습을 반영한 설화라고 한다. 이 중 개화의례와 관련 짓는 후자의 설이 더 유력하다.
오늘은 22대 국회의원 사전투표일이라 세종이 머물고 있기에 출근길 연서면에 지정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6시부터 시작되는 투표시간인데 세종시 연서면에서 내가 제일 먼저 투표 선두자가 되었다. IT의 강국답게 신분증을 스켄, 확인 후 지문대조가 끝나면 투표용지와 발송봉투용 주소 스티커가 자동 출력된다. 기표 후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 투표함에 넣으면 되는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 소개할 한시는 조선 후기의 위항인(委巷人)으로 국담(菊潭) 김효일(金孝一)의 만흥(漫興) 시이다.
국담 김효일은 앞서 소개한바 있다.
청빈의 삶을 누리며 봄비 내리는 날 멀리 종소리 들리는 외진 곳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명리를 추구하는 이들을 느긋하게 바라보며 읊었다. 위항시인(委巷詩人 : 조선 후기 중인층이 중심이 되어 위항문학을 이룬 시인으로, 대표 인물로는 임준원(林俊元), 정내교(鄭來僑), 이언진(李彦眞) 등이 있다. 위항 문학(委巷文學)은 조선 중기와 후기에 한성부에서 중인층이 주도한 문학 운동이다. 여항 문학(閭巷文學)이라고도 한다. 위항 문학 운동은 시사(詩社)를 조직하고, 공동 시집을 냈으며, 공동 전기(傳記)를 내 중인의 역사를 정리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중인의 신분 상승 운동으로도 이어졌다.)으로서의 애환이 잘 스며있는 수준 높은 한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만흥(漫興 : 느긋한 흥취)
樂在貧還好(락재빈환호) 즐거움이 있으니 가난이 오히려 좋고
閑多病亦宜(한다병역의) 한가로움이 많으니 병도 또한 괜찮아라.
燒香春雨細(소향춘우세) 향불을 사르다 보니 봄비도 가늘어지고
覓句曉鐘遲(멱구효종지) 시구를 찾다 보니 새벽 종소리 들려오네.
巷僻苔封逕(항벽태봉경) 골목은 외져 길은 이끼로 덮였고
窓虛竹補籬(창허죽보리) 창이 비었기에 대나무로 울타리를 더했네.
笑他名利客(소타명리객) 명예와 이익을 따르는 저 사람들 우스워라
終歲任驅馳(종세임구치) 세월이 다하도록 바쁘게 달리기만 하네.
(백화만발 주변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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