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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상건 제파산사후선원(常建 題破山寺後禪院)

청명(淸明)을 하루 앞둔 아침 출근길에 봄비가 치적치적 내리고 있다. 자주 내린 봄비로 인해 수분을 머금은 대지와 산야는 하루가 다르게 연 초록색으로 변하고 있다.

내가 머무는 세종의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벚꽃이 만개했다. 미호강 주변의 벚꽃은 주말에 절정을 이루면 수많은 인파가 찾아 성춘(盛春)의 흥을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모든 식물은 제철을 맞으면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점심시간에 잠시 거닐던 인접 공원에도 여지없이 개나리, 제비꽃, 봄까치꽃, 조파나무꽃 등이 피었다. 이처럼 식물이 일정한 시기에 꽃을 피우는 것이 참 신기하지만 식물이 때맞춰 꽃을 피우는 원리는 무엇일까?

동물과 다르게 식물은 주변환경이 변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심각한 위기로 판단해 혹시 죽을지 모르니 후손을 남기고자 본능적으로 꽃을 피운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은 종족번식의 위한 강력한 유전자의 힘인 것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을 환경이 좋은 온실이나 극진한 관리로 사시사철 최상의 환경을 제공해 주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해 꽃을 피우지 않는다. 난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난초를 괴롭혀야 꽃을 피운다는 원리는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씨앗은 겨울을 지내야만 싹을 튼다는 유전적 명령이 심어져 있다. 따뜻한 실내에 씨앗을 보관하여 봄에 파종하면 싹이 잘 나지 않는다. 즉 겨울을 보냈다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냉장고에 2~3주 보관한 후 파종하면 금방 싹이 튼다. 이를 휴면타파(休眠打破)라고 한다.

 

같이 알아볼 한시는 당나라 상건(常建)의 제파산사후선원(題破山寺禪院) 시이다. 이 시는 새벽 맑은 공기(淸), 밝은 햇살(初日), 숲으로 이어지는 그윽한 길(幽), 깊숙한 곳에 자리한(深) 선원의 고요함(寂) 등 산사(山寺)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냈으며, 산 기운이 맑고 그윽하니 새들이 저절로 즐거워하듯 마음을 비워 잡념을 씻어내니 연못에 비추는 그림자처럼 정신이 맑아지고 흔들리지 않아 온갖 잡념이 모두 사라져 고요하다는 심정을 오도(悟道)의 경지로 읊었다. 파산사(破山寺)는 지금의 강소성(江蘇省) 상숙현(常熟縣) 우산(虞山)에 있는 흥복사(興福寺)를 말하며, 후선원(後禪院)은 절 뒤편에 있는 선방을 말한다.

 

제파산사후선원(題破山寺禪院 : 파산사 뒤편 선원에서)

淸晨入古寺(청신입고사) 맑은 새벽 옛 절을 찾아 드니

初日照高林(초일조고림) 떠오르는 해 높은 숲을 비춘다.

曲徑通幽處(곡경통유처) 구불구불한 길은 깊숙한 곳으로 통하고

禪房花木深(선방화목심) 선방엔 꽃과 나무들 무성하다

山光悅鳥性(산광열조성) 산 빛을 바라보는 새는 기뻐하고

潭影空人心(담영공인심) 못에 비친 그림자 사람의 마음을 비워준다

萬籟此俱寂(만뢰차구적) 삼라만상이 다 고요한 지금

惟餘鐘磬音(유여종경음) 오직 풍경소리만 남아 들려온다.

 

상건(常建. 생졸연대 미상)은 당나라 장안(長安, 지금의 陜西 西安市) 사람으로 개원(開元) 15년(727) 진사가 되었는데, 그 해 왕창령(王昌齡)도 함께 합격했다. 대력(大曆) 연간에 우이위(盱貽尉)에 임명되었다. 나중에 악주(鄂州) 무창(武昌)에 은거했다. 저서에 『상건집(常建集)』이 있고, 『전당시(全唐詩)』에 시 1권이 실려 있다. 평생 벼슬길이 순탄하지 못해 산수가 뛰어난 곳을 유람하며 자신을 위로하는 등 은일(隱逸)과 표박(漂泊 : 정처 없이 떠돌아다님)의 생활로 점철(點綴)되었다. 5언시에 뛰어났고, 전원과 산림을 주로 읊었으며, 풍격은 왕맹(王孟)시파와 비슷하다. 시어는 간결하지만 함축적이고, 의경(意境)은 맑고도 그윽하여 ‘담박(淡泊)’한 정회(情懷)를 표출하고 있다. 이 밖에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변새시(邊塞詩 : 국경의 군인 및 고향의 여인을 소재로 한 시이다.)도 여러 수 있다.

 

(주변 봄풍경)

봄까치꽃
조팝나무꽃
광대나물
하얀민들레
양지꽃
영춘화
명자나무(산당화)
산복숭아꽃
겹홍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