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절정인 요즘 사찰이나 정원수, 가로수로 붉게 핀 배롱나무 꽃이 눈에 들어온다.
배롱나무는 부처꽃과 에 속하는 낙엽소교목으로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나무 또는 백일홍(百日紅), 자미화(紫微花)라고도 부른다. 백일홍의 소리가 변해서 배롱으로 되었다고 추정한다.
원산지는 중국 남부이고, 대한민국, 일본 등지에 약 30여 종이 분포하며, 줄기를 간지럽히면 간지러운듯 가지가 흔들어진다고 해서 간지럼 나무라고도 한다.
당(唐)나라 중서성(中書省)에 자미화(紫微花)를 많이 심어 중서성을 자미성(紫微省)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랑받은 나무로 자미화 관련 수많은 한시가 전하고 있다. 꽃 뿐만 아니라 수피(樹皮)도 매끄럽고 고와 곁에 가면 저절로 손길이 가는 나무다.
조선의 명필 안평대군(安平大君)은 수려한 별장을 짓고 집 안팎의 아름다운 꽃과 나무, 연못과 바위 등에서 48경을 조성한 후 당대 최고의 지성집단인 집현전 학자들을 초청하여 보여준 뒤, 이를 주제로 자신의 한시에서 차운(次韻)하게 하여 비해당사십팔영(匪懈堂四十八詠)을 읊도록 하였는데 그 중 성근보집(成謹甫集 : 조선전기 문신 성삼문(成三問)의 시(詩) · 서(序) · 송(頌)· 실기(實記) 등을 수록한 시문집으로 매죽헌집(梅竹軒集)이라고도 한다. 총 4권 1 책의 목판본으로 대개 영조 이후에 편간(編刊)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도서관과 규장각 도서에 있다.)에 실려있는 비교적 전고(傳稿)가 온전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 선생의 간결한 오언절구 48수 중 자미화 관련 2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爛熳紫薇(난만자미 : 활짝 핀 배롱나무꽃) 48詠中 第5詠
歲歲絲綸閣(세세사륜각) 해마다 *윤음(綸音) 전하는 관아에서
抽毫對紫薇(추호대자미) 붓을 들고 백일홍과 마주 했었지
今來花下飮(금래화하음) 지금에 와서는 꽃 아래에서 술을 마시니
到處似相隨(도처사상수) 가는 곳마다 나를 따라 피는 듯
*윤음(綸音 : 조선시대 국왕이 국민에게 내린 훈유(訓諭)의 문서로 내용은 양로(養老)·권농(勸農)·척사(斥邪)·포충(褒忠)·구휼(救恤)·독역(督役)·군포탕감(軍布蕩減)·계주(戒酒)·과폐이정(科弊釐正:과거의 폐단을 바로잡음)·수성(守城)·반행(頒行:발행해 반포함) 등 매우 다양하다.)
백일홍(百日紅) 48詠中 第29詠
昨夕一花衰(작석일화쇠) 어제저녁에 꽃 하나 지더니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오늘 아침 꽃 하나 피었네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서로 백일을 바라볼 수 있으니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너를 대하며 기분 좋게 한잔 하리라.
*함배(銜杯 : 술을 마시는 과정의 하나로 술을 입에 머금는 동작으로 순서는 거배(擧杯:잔을 들고), 정배(停杯:잠시 멈추고), 함배(銜杯), 경배(傾杯:잔을 기울여 목을 젖히고), 건배(乾杯:잔을 말끔히 비우는 것))
매죽헌 성삼문(梅竹軒 成三問. 1418 ~ 1456)은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로서,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이다. 조선국 사간원 우사간(司諫院 右司諫)등을 지냈다.
1418년 성삼문은 충청남도 홍주(洪州, 현재의 홍성군) 홍북면 노은동(魯恩洞) 외가에서 태어났는데, 전설에 의하면 그를 막 낳으려고 할 때에 공중에서 하늘이 “낳았느냐?”라고 세 번 묻는 소리가 났으므로 하늘이 세 번 물었다 하여 그의 이름을 삼문(三問)이라 이름을 지었다 한다.
그는 세종대왕을 도와 집현전에서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創製)에 참여하였고, 단종 복위 운동을 추진하였다. 자는 근보(謹甫)·눌옹(訥翁), 호는 매죽헌(梅竹軒), 시호는 충문(忠文), 본관은 창녕이다. 성승(成勝)의 아들이며, 성달생(成達生)의 손자이다.
생원으로 1438년 과거에 급제하여 집현전 학사의 한 사람으로 훈민정음 창제에 참여했고, 1447년 중시 문과에 급제하였다. 1450년 어린 세손을 부탁한다는 세종의 유지를 받들다가 세조 찬위(簒位) 이후 단종 복위 운동을 주관하였으나, 신숙주(申叔舟), 정인지(鄭麟趾) 등이 세조의 편에 서고 김질(金礩) 등이 밀고함으로써 실패하고 만다.
그는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 때 신숙주와 함께 당시 요동에 귀양 와 있던 명나라의 한림학사 황찬(黃瓚)을 13회나 찾아가 왕래하며 그로부터 정확한 음운(音韻)과 언어 연구를 배워오고, 명나라 사신을 따라 명나라에 가서 음운과 교장(敎場)의 제도를 연구하는 등 1446년 훈민정음 반포에 기여하였다.
생육신인 성담수(成聃壽), 성담년(成聃年)은 그와 6 촌간이며 이기, 이행 등은 외종질이다. 그의 남계 친족은 모두 몰살당했고, 외손 박호(朴壕)의 후손, 외손 엄찬(嚴璨)의 후손과 유자미(柳自湄)의 며느리가 된 손녀딸의 후손만이 현전 한다. 성종 때부터 복권 여론이 나타났으나 숙종 때 가서 복권되고 시호(忠文)가 내려졌다. 이후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절신(節臣)으로 추앙받게 된다.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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