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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음주 20-13수(陶淵明 飮酒 20-13首)

문인들이 서재에서 쓰는 종이(紙), 붓(筆), 먹(墨), 벼루(硯)의 네 가지 도구를 문방사우(文房四友), 문방사보(文房四寶), 문방사후(文房四侯)라고도 한다.

그 중 붓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인류 최초의 붓은 중국의 신석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천자문에 염필륜지(恬筆倫紙)라는 구절이 있다. 뜻 은 ‘몽염(蒙恬 : ? ~ 기원전 210년. 중국 전국시대 진나라의 관료이자 장군.)이 붓을 만들고 채륜(蔡倫 : 중국 후한(後漢)의 환관(宦官))이 종이를 발명했다’는 기록상 몽염(蒙恬)이 최초로 토끼털로 붓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다만 이전에도 붓이 있었으며 기존의 붓을 몽염(蒙恬)이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최고로 오래된 붓은 1988년 경남 창원시 다호리(茶戶里) 유적 1호분에서 출토된 붓 5점입니다. 이곳에서 출토된 붓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 중의 하나다. 다호리 붓은 나무를 깎아 붓대를 만들고 그 위에 검은 옻칠을 하여 만들었다. 그리고 붓대의 양끝을 파내어 붓털을 양쪽에 삽입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중앙에는 고리를 꿰어 매달도록 구멍을 뚫어 놓았다. 이러한 형태는 중국 붓에서는 확인할 수 없으며,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직접 붓을 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원전 1세기경부터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붓은 족제비 꼬리털로 만든 황모필(黃毛筆)있다. 고려시대에 중국의 산곡문집(山谷文集 : 송나라의 시인이자 화가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의 문집으로 산곡은 그의 호이다), 송사(宋史 : 중국 이십사사(二十四史 : 중국에서 정사(正史)로 인정받는 역사서 24종의 통칭) 중의 하나로, 중국 북송과 남송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책), 고반여사(考槃餘事 : 중국 명나라의 도융(屠隆)이 중국 사람들의 문방 청완(文房淸玩)의 취미를 설명한 책) 등에서 고려의 황모필(黃毛筆)을 낭미필(狼尾筆), 서랑모필(鼠狼毛筆) 또는 성성모필(猩猩毛筆)등의 이름으로 그 우수함을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여러 기록물을 통해 수많은 종류의 붓도 제작되었으며, 오늘날 까지 우리의 문화 속에 붓은 주요 도구의 하나로 자리 잡고, 그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붓을 만드는 방법은 짐승의 털을 추려서 모아 원추형으로 만들어 죽관(竹管) 또는 목축(木軸)에 고정시킨 것으로 호(毫)의 끝을 봉(鋒), 호의 끝부분 반을 전호(前毫), 그 필두(筆頭)까지의 짧은 털은 부호(副毫)라 하며, 털로 된 모필 이외에도 죽필(竹筆 : 대나무를 실처럼 잘게 쪼개어 만든 붓), 고필(藁筆 : 볏짚을 재료로 만든 붓), 갈필(葛筆 : 칡의 줄기나 뿌리를 가늘게 쪼개어 만든 붓) 등 특수한 것이 있다.

 

호(毫 : 털)는 주로 토끼털(자호(紫毫)라고도 함), 양털(洋毫, 羊毛)을 비롯하여 이리·너구리·사슴·족제비·말·고양이·노루 등의 털과 쥐수염·닭털·태발(胎髮) 등으로도 붓을 맨다. 털이 부드러운 붓을 유호필(柔毫筆), 탄력이 큰 털로 맨 붓을 강호필(剛毫筆)이라 하고 유호에 강호심(剛毫蕊)을 박은 것을 겸호필(兼毫筆)이라 한다.

또 털의 길이가 긴 것을 장봉(長鋒), 짧은 것을 단봉(短鋒), 보통의 것을 중봉(中鋒)이라 한다. 토끼털은 중추(仲秋) 무렵의 것을 상질(上質)로 치고, 사슴털은 여름 것을 취한다. 필관은 대개 대나무를 쓰지만 나무·골각·보옥·금은·도자 등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짐승의 털을 가지런히 모아 묶어서 가느다란 대나 나무 끝에 끼워 실로 동여매어 고정시킨 원시적인 것이다. 한나라 때에는 자호(紫毫 : 토끼털)가 널리 쓰였으며 진(晉) 나라의 왕희지(王羲之)는 유명한 난정서(蘭亭敍)를 쥐수염으로 맨 서수필(鼠鬚筆)로 썼다고 한다. 붓촉이 길어지기 시작한 것은 9세기 무렵부터이며 유공권(柳公權)은 장봉을 즐겨 썼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족제비털로 맨 황모필(黃毛筆)이 유명하다. 그러나 대개는 세필(細筆)로 만들어지고 노루의 겨드랑이털로 맨 장액필(獐腋筆) 또한 모질(毛質)의 제약 때문에 중필 이상의 큰 붓은 생산되지 않는다.

현재의 붓은 쓰임새에 따라 모질의 차이는 있지만 중필 이상은 주로 양모(羊毛)를 사용한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연이어 한 집에 술을 마시는 자와 마시지 않는 자 와의 내용을 담은 도연명의 음주 13수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도연명 음주 20-13수(陶淵明 飮酒 20-13首)

有客常同止(유객상동지)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取舍邈異境(취사막이경) 생각은 서로 다르다.

一士常獨醉(일사상독취) 한 사람은 늘 취해 있고

一夫終年醒(일부종년성) 다른 사람은 맨 정신이니

醒醉還相笑(성취환상소) 두 사람이 취하고 멀쩡함을 서로 비웃으며

發言各不領(발언각불령) 서로 말이 통하지 않네.

規規一何愚(규규일하우) 얼빠진 것처럼 고지식해 하나같이 어리석으니

兀傲差若穎(올오차약영) 취해 거만한 자가 조금 나은 것 같다오.

寄言酣中客(기언감중객) 술 취한 사람에게 한 마디 하노니

日沒燭當秉(일몰촉당병) 날 저물면 촛불 밝혀 밤새 마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