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초여름에 우박이 내려 한창 자라던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가 초토화된 적이 있다. 구슬크기의 우박이 여린 잎과 가지를 아작을 냈기 때문이다.
농부의 마음에 큰 상흔(傷痕)을 입힌 우박(雨雹)은 비가 만들어지는 높은 하늘은 기온이 매우 낮기 때문에 공기 중에 빙정(氷晶)이라는 아주 작은 얼음 결정이 떠다니며 근처의 수증기 또는 과냉각(過冷却) 물방울을 흡수하면서 점점 크기가 커지는데,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이들은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평소대로라면 이 얼음 조각은 매우 작으므로 떨어지면서 녹아 비가 되는데, 지상의 기온이 낮아 미처 녹지 못하면 눈이 된다. 애매한 경우 진눈깨비가 된다.
한 마디로 말해, 땅으로 내려가야 할 얼음조각이 내려가지 않고 상승기류(上昇氣流)를 타고 공중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뭉쳐 지나치게 커지게 된 얼음덩어리가 되어 떨어지면 바로 우박인 것이다.
최근 탁구공 크기의 우박이 내려 유리창을 깬다든가 사람이 다친 경우도 있어 지구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의 질서와 균형이 깨져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이 또한 인과(因果)의 법칙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리라.
소개하고자 하는 도연명의 음주 11수는 과거 존망을 받은 인물도 궁핍하게 살다가 죽음에 이르면 모두가 허망할 뿐 생전에 마음 편히 하는 것이 인생의 참 뜻임을 일깨워 주는 내용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도연명 음주 20-11수(陶淵明 飮酒 20-11首)
顔生稱爲仁(안생칭위인) *어진 안회는 주변 사람들로 부터 존경받았고
榮公言有道(영공언유도) *영계기는 도통했다고 이름이 높았으나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 늘 삶에 허덕이다 일찍 죽었고
長肌至於老(장기지어노) 늙어서도 굶주림에 시달리며 살았다
雖留身後名(수류신후명) 비록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일생역고고) 평생 굶주리며 누차 하게 살았으니
死去何所知(사거하소지) 죽은 후에는 어찌 알겠는가?
稱心固爲好(칭심고위호) 살면서 마음 편하면 되는 일
客養千金軀(객양천금구) 천금의 보배로 육신을 꾸며도
臨化消其寶(임화소기보) 그 보배도 죽으면 모두 없어지리라.
裸葬何必惡(나장하필악) 맨 몸으로 흙 속에 묻히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人當解意表(인당해의표) 사람들은 속 깊은 참 뜻을 알아야 하리
*안회(顔回, 521? ~ 491)는 중국 춘추시대 노(魯) 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이며, 자는 자연(子淵)이다. 자(字)를 따서 안연(顔淵)·안자연(顔子淵)이라고도 부른다.
학덕이 높고 재질이 뛰어나 공자의 가장 촉망받는 제자였다. 그러나 공자보다 먼저 죽었다. 빈곤하고 불우하였으나 개의치 않고 성내거나 잘못한 일이 없으므로, 공자 다음가는 성인으로 받들어졌다. 그래서 안자(顔子)라고 높여 부르기도 한다.
*영계기(榮啓期)는 중국(中國) 춘추시대(春秋時代) 사람으로 외물(外物)에 구애(拘礙)됨 없이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누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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