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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음주 20-14수(陶淵明 飮酒 20-14首)

입추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덥다. 잠 못 이루는 깊은 밤 창가를 통해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를 비롯해 곤충들의 향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름 모를 각양각색 곤충세계를 세밀히 살펴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곤충은 약 3억 5천만 년 전 고생대에 처음 나타나 그 후 지금까지 번성하고 는 곤충은 기록된 것만 약 80만 종에 달하며 지구 전체동물 중 4분의 3을 차지하며 많게는 약 300만 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기에 지구를 일컬어 곤충의 해성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곤충은 끝까지 살아남아 지구의 역사와 함께 할 것이다.

어렸을 때 관심 깊게 보아왔던 길앞잡이라는 곤충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가 어려워졌다. 쇠똥구리도 거의 멸종 직전이다. 인류가 사라지면 그들도 어디선가 살아남아 옛 영화를 되찾으리라.

 

내가 가꾸는 텃밭도 가을채비를 위하여 땀방울로 옷을 흠뻑 적셨다. 작은 공간이지만 여름의 절정에서 거름을 뿌리고 곡괭이로 흙을 뒤집은 후 갈고리로 평탄작업과 비닐 멀칭 작업을 마쳤다. 주말에 32도가 떨어지면 김장용 배추 모종을 심고 , 무, 당근을 파종할 계획이다. 혹서기에 가장 힘든 작업이 끝나고 파종한 새싹이 성큼성큼 자랄 때면 가을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을 것이다.

 

연이어 도연명의 음주 14수를 자서(自書)와 함께 올려 보고자 한다.

 

도연명 음주 20-14수(陶淵明 飮酒 20-14首)

故人賞我趣(고인상아취) 옛 친구들 나를 반기며

挈壺相與至(설호상여지) 술병 들고 몰려와서

班荊坐松下(반형좌송하) 소나무 아래에 자리 펴고

數斟已復醉(수짐이부취) 연거푸 마신 술이 이내 취하네

父老雜亂言(부노잡난언) 취기가 오르자 친구들 소란스럽고

觴酌失行次(상작실행차) 술 따르는 순서도 뒤죽박죽이라

不覺知有我(불각지유아)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잊었는데

安知物爲貴(안지물위귀) 명리(名利)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悠悠迷所留(유유미소유) 한가로이 마시고 어울리니

酒中有深味(주중유심미) 술 속에 깊은 의미 있음을 그대는 아는가?

 

(텃밭풍경 8.13)

멀칭작업 완료
차요테
메리골드 향기때문인지 모기가 성기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