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주간 여유가 생겨 뭘 할까 궁리 끝에 서울근교 도봉산, 북한산, 관악산을 올라보기로 했다. 북한산, 관악산은 앞서 소개한 바 있는데 도봉산은 근 3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가을이 짙어질 무렵이라 기대를 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2주 전 내린 한파로 곱게 물들어야 할 단풍이 냉해를 입어 조금 아쉬웠지만 명산답게 과히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암과 어우러진 풍광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평일이라 등산객은 많지 않아 힘든 코스임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가을 산의 정취를 만끽하며 카메라로 담은 영상과 함께 도봉산 관련 한시 2수를 자서와 함께 올려보고자 한다. 서울도심을 감싸고 있어 접근성 뿐만 아니라 명산의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어 산을 오르는 외국인들로부터 감탄과 찬사와 받고 있어 서울의 자랑이기도 하다. 차제에 불암산, 수락산,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검단산을 오르며 서울 도심을 감싸고 있는 보배로운 근교 산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1. 도봉산 산행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학자로서 1444년(세종 26) 문과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집현전 박사, 대사헌, 대제학, 좌찬성 등을 역임하였다. 소개하고자 하는 그의 한시 도봉산 영국사에서 읊은 칠언 율시의 도봉산영국사(道峯山靈國寺)이다. 영국사(靈國寺)는 ‘왜란으로 소실된 도봉산 영국사 절터에 1573년(선조 6) 양명학자인 남언경(南彦經)이 도봉 서원(道峯書院)을 창건하였다’라는 것과 ‘673년에 의상(義湘)이 수도하면서 현재의 자리에 옥천암(玉泉庵)이라는 암자를 세웠고, 고려 명종 때 영국사(寧國寺)가 들어섰는데 1398년(태조 7) 조선 태조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렸다 하여 절을 새롭게 고치고 천축사(天竺寺)로 이름을 바꾸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道峯山靈國寺(도봉산영국사)
山下何年佛刹開(산하하년불찰개) 산 아래 어느 해에 불찰을 열었던가
客來終日足徘徊(객래종일족배회) 길손이 와서 종일토록 배회할 만하구나
開窓雲氣排簷入(개창운기배첨입) 창을 여니 구름 기운은 처마를 밀쳐 들어오고
欹枕溪聲捲地來(의침계성권지래) 베개 베니 시내 소리는 땅을 말아 오는구나
古塔有層空白立(고탑유층공백립) 옛 탑은 층층이 부질없이 하얗게 서 있고
斷碑無字半靑堆(단비무자반청퇴) 조각난 비는 글자도 없이 반쯤 풀로 뒤덮였구나
殘年盡棄人間事(잔년진기인간사) 남은 생엔 인간사 모두 버리고
結社香山擬不回(결사향산의불회) *향산에 결사하여 돌아가지 않으리
*"결사향산의불회(結社香山擬不回)향산에 결사하여 돌아가지 않으리" 라는 것은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일찍이 형부상서(刑部尙書)로 벼슬을 물러나고서 향산(香山)의 승려 여만(如滿)과 함께 향화사(香火社)를 결성하고는 승속(僧俗)이 서로 종유(從遊)하면서 향산거사(香山居士)라 자칭하였던 데서 온 말이다. 세상을 떠나 은거하고자 하는 서거정의 의지가 드러나 있다.
심석 김용관(心石 金容觀 1853~1942)이 만년에 도봉계곡의 절경을 읊은 제일동천(第一洞天)시 가 암각(巖刻)되어 있어 그 내용을 살펴보면....
第一洞天(제일동천 : 천하에 제일가는 절경)
烟霞籠處洞門開(연하롱처동문개) 안개와 놀이 자욱한 곳에 계곡문 열리니
地向雲山物外闢(지향운산물외벽) 그 곳은 구름 낀 산을 향해 속세 밖에 있네
萬丈峰高丹窟深(만장봉고단굴심) 만장봉은 높이 솟고 연단굴은 깊은데
化翁慳秘慈泉石(화옹간비자천석) 화옹(조물주)이 좋은 경치를 아껴 몰래 감춰 두었다네
2. 북한산 산행
3. 관악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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