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무명자 윤기 북저동(無名子 尹愭 北渚洞)

사방에 벚꽃이 만발하고 피어나는 온갖 꽃들로 백화가 만발한 봄의 절정이다. 가지마다 새싹이 돋아나고 먼 산은 연초록으로 물들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돈다.

지난 주말에는 양재천 일대를 산책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양재천(良才川)은 경기도 과천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청계산에서 발원한 막계천(지방)과 합류하고, 서초구 양재동에 이르러 청계산 동쪽계곡에서 합류한 다음 강남구 대치동을 경유 탄천(지방)으로 유입되는 지방하천으로 유로 총연장은 15.6㎞이며 양재천은 양재동을 관류(貫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거주하는 개포동은 대모산(大母山)과 양재천을 끼고 있어 강남의 주거지로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초, 강남구 재정이 넉넉해서인지 양재천 둑방길에는 수령이 50년이 넘은 벚나무로 조성되어 빌딩숲과 조화롭게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간간히 복숭아 나무를 심어 흐드러지게 핀 복사꽃을 감상하며 주변환경을 사진으로 담아 보았다.

 

서울에는 도화동(桃花洞), 북저동(北渚洞)이라는 옛 지명이 있는데 이맘때쯤 복숭아꽃이 한창 피어 도성 사람들이 다투어 나가 놀며 구경했다고 한다.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에는 북저동(北渚洞)은 성북구 성북동을 가리키던 옛 이름으로, 계곡 주변에 복숭아나무를 많이 심어 복숭아를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으며, 그 화려한 복사꽃으로 인한 동내이름을 한자명으로 홍도동(紅桃洞), 도화동(桃花洞), 묵사동(墨寺洞), 북둔(北屯), 북적동(北笛洞)이라고 전한다.

 

이곳에 오면 아름다운 분홍빛 복사꽃 경치에 취해서 술도 필요 없을 정도였고, 멋진 풍경에 빠져 시를 지을 겨를도 나지 않았다. 무언가 하지 않고 있어도 그저 좋은 그런 곳이었다. 봄이면 밤낮으로 상춘객들이 찾아와서 도화동 경치를 즐겼을 것이다.

 

조선 후기 뛰어난 문신인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 1741 ~ 1826) 선생도 북저동의 도화경을 바라보며 지은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윤기 선생은 앞서 소개한 바 있다. : 무명자 윤기 전가추사(無名子 尹愭 田家秋事) (tistory.com)

 

​북저동(北渚洞)

洞裏桃花滿(동리도화만) 골자기 안에 복사꽃 흐드러지고

村中澗水馳(촌중간수치) 마을 안 시냇물 세차게 흘러가네.

拂枝香襲袂(불지향습몌) 꽃가지 잡으면 소매에 향기가 배고

臨石影搖池(임석영요지) 바위에 서면 물그림자 못에 일렁이네.

眼醉何須酒(안취하수주) 눈에 미미 취했는데 술이 필요하랴

神癡未暇詩(신치미가시) 정신 팔려 시 쓸 틈도 없네.

遊人喧日夕(유인훤일석) 구경하는 이들도 온종일 시끄러우니

俱是樂平時(구시낙평시) 모두가 행복한 태평성대 즐기네.

 

(양재천 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