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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상건 서산(常建 西山)

우리는 지금 산업혁명(第四次 産業 革命)이 시작되는 시점에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용어는 2016년 세계 경제포럼에서 처음 주창되어 정보통신 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18세기 초기 1차 산업혁명 이후 네 번째로 중요한 산업 시대이다.

이 혁명의 핵심은 빅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무인 운송 수단(무인 항공기, 무인 자동차), 3D 프린팅, 나노(Nano) 기술과 같은 7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각종 직업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경제 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은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5년 이내 기계(AI)가 전체 업무의 52% 이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망이 현실화되어가는 현시점에서 급속하게 사라지는 직업 즉 지수가 높은 직업군으로 스포츠 경기 심판, 모든 제조업, 은행원, 건설노동자, 금융 애널리스트, 농부, 텔레마케터, 도서관 사서, 경비원, 영화배우, 의사, 변호사, 회계사, 경찰/형사, 부동산 중개인, 기자 등이다.

반면 지수가 낮은 직업으로는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대학교수 및 강사, 상품 대여 종사자, 종교 관련 종사자, 식음료 서비스 종사자, 운송 서비스 종사자 등이 제시됐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대면(對面) 서비스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활용도가 높아질수록 임금 불평등을 비롯해 소비자 보호 악화, 이윤 독점 강화, 민주주의 기능 약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가 의대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들의 병원 이탈과 의사들의 파업동참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환자의 심정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해하는 이들도 10년 후면 실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BIDMC) 연구진은 임상 사례 20개를 마련한 후 실험에 참가한 의사 39명에게 무작위로 1개 사례를, GPT4에는 20가지 사례를 모두 제공해 이에 대한 진단을 하도록 했다.

이들이 내놓은 진단을 ‘환자의 병력과 중요한 검사를 검토했는지’ ‘주요 문제를 해석했는지’ ‘대체 진단을 제공했는지’ 등 평가 기준에 따라 10점 만점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GPT4는 20개 문제의 평균 점수가 10점이었던 반면 실험에 참가한 내과 주치의 21명의 평균 점수는 9점, 레지던트 18명의 평균 점수는 8점을 기록했다.

의사보다 신뢰도가 높은 진단결과를 모든 환자들은 신뢰하고 선호할 것이며, 혈액 1방울로 모든 병의 진단은 물론 신약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이며, 난이도가 높은 정밀한 수술도 로봇이 대신해 줄 것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미래 직업의 변화는 위기지만 오직 준비된 자만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소개할 한시는 당(唐) 시인 상건(常建)의 서산(西山) 시를 함께 살펴보고자 행서풍 예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당 시인 상건에 대하여는 앞서 소개한바 있다. 상건 제파산사후선원(常建 題破山寺後禪院) (tistory.com)

 

서산(西山)

一身爲輕舟(일신위경주) 내 몸 날렵한 배가 되어

落日西山際(낙일서산제) 석양은 *서산 가에 걸렸다.

常隨去帆影(상수거범영) 늘 떠나는 돛 그림자 따라

遠接長天勢(원접장천세) 멀리 긴 하늘 끝과 이어졌네.

物象歸餘清(물상귀여청) 온갖 사물 모두 맑은데

林峦分夕麗(임만분석려) 숲과 봉우리 고운 저녁 빛 나눈다.

亭亭碧流暗(정정벽류암) 저 멀리 푸른 강물 어두워지고

日入孤霞繼(일입고하계) 해 지자 외로운 노을 펼쳐진다.

渚日遠陰映(저일원음영) 석양 속에 모래톱 아득히 멀어지는데

湖雲尚明霽(소운상명제) 호숫가 구름은 여전히 맑게 개였네.

林昏楚色来(임혼초색래) 숲 어두워지자 초 지방 색채 전해오고

岸遠荆門閉(안원형문폐) 언덕 멀리 *형문관이 닫혔네.

至夜轉清逈(지야전청형) 밤 되자 맑고 아득한 공기 감돌고

蕭蕭北風厲(소소북풍려) 솨 솨 북풍은 거세게 분다.

沙邊雁鷺泊(사변안로박) 모래밭에 기러기, 해오라기 깃들고

宿處蒹葭蔽(숙처겸가폐) 자는 곳엔 갈대 무성하다.

圓月逗前浦(원월두전포) 보름달은 앞 포구에 머물고

孤琴又摇曳(고금우요예) 외로운 거문고 소리 또한 흐느적거린다.

冷然夜遂深(냉연야수심) 차가운 밤도 마침내 깊어져

白露沾人袂(백로첨인몌) 이슬이 옷소매 흠뻑 적신다.

 

*서산(西山)은 무창(武昌)의 서산을 말한다. 상건은 개원 15년(727)에 진사에 급제하고 천보 연간에 우이현위(盱眙縣尉)를 지낸 뒤 악저(鄂渚)의 서산에서 은거했다.

*형문은 형문산(荊門山)을 말한다. 지금의 호북성 의도현(宜都縣) 서북쪽의 장강 남안에 있고, 장강 건너 호아산(虎牙山)과 대치하고 있으며, 전국 시대 때는 초나라 판도에 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