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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김부식 관란사루(金富軾 觀瀾寺樓)

우주를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

소싯적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면 촘촘히 떠있는 별과 물결치는 희뿌연 은하수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조명이 없는 깊은 산골에 가야만 어렴풋이 볼 수 있다. 대기가 오염된 탓이다.

인간의 육안으로 헤아릴 수 있는 별은 대략 3,000개 정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광활한 대우주에는 몇 개의 별이 있을까? 최근 천문학자들이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적외선 천문 관측을 주목적으로 하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한 결과 우주에는 대략 7x10의 22 승배의 별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즉 1억개가 700조 개 된다는 것인데 이는 지구상의 모든 흙과 모래 알갱이 수를 전부 합산한 것보다 10배나 더 많은 수치이다.

우리 은하보다 규모가 2배 더 큰 안드로메타 은하는 약 1조 개의 별을 거느리고 있으며, 관측 가능한 은하의 수 만 약 2조 개 이상 된다고 하며, 138억 년 전 우주대폭발(빅뱅)로 팽창하는 우주의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빅뱅을 원점으로 반대방향으로 퍼져나간 우주의 수,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는 우주는 관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별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별의 탄생 이후 60억 년 이 지나면서 푸른색 별보다 붉은색 별이 늘어난 다는 것은 우주도 늙어가고 있기에 결국 소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우주의 시각에서 100년의 인간 삶을 바라보면 느낌조차 없는 찰나(刹那 : 75분의 1초)의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기에 귀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번에 함께 살펴볼 김부식(金富軾, 1075 ~ 1151)의 관란사루(觀瀾寺樓) 그가 만년에 지은 시로 관란사는 김부식이 은퇴하면서 법공(法供)을 드리고자 사재를 내어 지은 절로 개경(開京) 근방에서 가장 이름난 명찰(名刹)이었는데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누각을 짓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술회(述懷)를 적어나갔으리라.

김부식은 고려 평장사(平章事)직책을 지낸 고려 중기의 문신, 학자로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입지(立之), 호는 뇌천(雷川)이다. 인종(仁宗)의 명을 받들어 정습명(鄭襲明), 김효충(金孝忠) 등 10인과 함께 삼국사기(三國史記)를 편찬하였다. 시호는 문렬(文烈)이다.

 

관란사루(觀瀾寺樓 : 관란사 누각에서)

六月人間暑氣融(유월인간서기융) 6월이라 인간 세상 더위가 한창인데

江樓終日足淸風(강루종일족청풍) 강 누각에는 종일토록 청풍불어 좋아라.

山容水色無今古(산용수색무금고) 산 모양 물빛은 고금이 한결같으나

俗態人情有異同(속태인정유이동) 세상의 풍속과 사람의 인정은 다름이 있다.

舴艋獨行明鏡裏(책맹독행명경리) 밝은 거울 속으로 거룻배는 홀로 가고

鷺鷥雙去晝圖中(노사쌍거주도중) 가마우지 한 쌍 그림 속으로 날아간다.

堪嗟世事如銜勒(감차세사여함륵) 아아, 세상사 마치 재갈과 굴레 같아

不放衰遲一禿翁(불방쇠지일독옹) 약하고 둔한 한 늙은이 놓아주지 않는다.

 

(6월 주변풍경)

풍성한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