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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구위 제농부려사(邱爲 題農父廬舍)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것을 집착(執着)이라 하는데 집착에는 고민과 불만족이 상존한다. 사랑에 대한 집착은 자기의 일방적인 생각을 중심으로 상대방에 대한 소유와 구속을 강요한다면 이는 이기심으로 변하여 상대자로 하여금 기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집착은 마치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고 놓지 않는 것과 같이 고통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상대자에 대한 올바른 사랑은 상대자에 대한 배려심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자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희생하는 마음이 앞서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마음을 내려 놓는다는 하심(下心)은 사람을 대할 때 자기 자신을 굽히고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으로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늘 부족하다고 겸손해하면서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높여주는 것을 말한다. 항상 자기의 허물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볼 줄 알며 인내하고 반성하고 참회하는 데서 진정한 하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함께 살펴볼 한시는 당(唐) 시인 구위(邱爲)의 제농부려사(題農父廬舍)로 봄갈이를 앞두고 바쁜 농민의 생활을 그린 목가풍의 전원시를 주변에서 담은 사진과 함께 올려 보고자 한다.

 

제농부려사(題農父廬舍 : 농부의 오두막집에 적노라)

東風何時至(동풍하시지) 동풍(봄바람) 언제 불어왔는지?

已綠湖上山(기연호상산) 이미 호수 위의 산을 푸르게 물들였다.

湖上春既早(소상춘기조) 호숫가에 봄이 벌써 왔으니

田家日不閑(전가일불한) 농부은 날마다 한가할 틈 이 없네.

溝塍流水處(구승유수처) 봇도랑과 밭두둑에 흐르는 물 대고

耒耜平蕪間(뢰사평무간) 잡초 무성한 들판 쟁기질하여 고른다.

薄暮飯牛罷(박모반우파) 날 저물자 소꼴을 먹이며

歸來還閉關(귀래환폐관) 돌아와 비로소 빗장 거노라.

 

구위(邱爲, 702~797), 소주가흥(蘇州嘉興 : 현 浙江嘉興) 출신의 당(唐) 시인이다. 초기 황실시험에 여러 번 참가했지만 실패하였으나 마침내 40세가 되어서 진사에 합격하여 오래도록 관직생활을 하다가 80세에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96세에 생을 마감했다. 당나라 최 장수 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가 남긴 5언절구 시들은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그는 당대의 시인 왕유(王維), 유장경(劉長卿)과 친구다.

 

(주변풍경)

벌개미취
사광이아재비(가시메밀, 며느리밑씻개)
자주달개비
노랑코스모스
아스타
말발도리
패랭이
벌노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