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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삼봉 정도전 촌거즉사, 산중1, 산중2(三峰 鄭道傳 村居卽事, 山中1, 山中2)

관심이 가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비기(秘記) 또는 비결(秘訣)이라고 하는데 이는 예언적 기록으로 보편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비밀스러운 기록으로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이나 국가의 미래에 관하여 도참사상(圖讖思想) 및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해 행하는 내용으로 대체로 천문(天文), 역산(曆算), 음양(陰陽), 점후(占候) 등에 관한 내용이 중심으로 되어 있다. 유형별로는 조상이 자손의 장래를 염려하여 남겨놓은 것과 국가의 장래에 관한 것, 그리고 개인의 운명과 관계되는 것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도선비기(道詵秘記)를 비롯하여 음양도참사상(陰陽圖讖思想)의 유입과 동시에 수많은 비기가 만들어졌는데, 옥룡자기(玉龍子記), 삼한산림비기(三韓山林秘記), 무학비기(無學秘記), 징비록(徵秘錄), 운기귀책(運奇龜策), 동세기(東世記), 정감록(鄭鑑錄) 등이다.

 

이성계가 지금의 서울인 한양에 도읍을 정하는 정도전(鄭道傳)과 무학대사(無學大師)가 궁궐 자리를 놓고 격론을 벌인 내용이 있다. 무학대사는 인왕산(仁王山) 아래 궁궐을 세우고 정문을 동쪽인 불암산(佛巖山)을 바라보도록 하였으나 정도전은 예로부터 제왕들은 남쪽을 보면서 정사를 폈다면서 북악산 아래를 주장하였는데 결국 정권의 막강한 실세인 정도전의 고집대로 북악산(北岳山) 아래에 궁궐이 지어졌다. 한양으로 도성을 정하게 된 과정은 앞서 간단하게 소개한 바 있다.

 

경복궁(景福宮)의 주산인 북악산(342m)은 풍수지리적으로 중요한 산이며 산형이 삼각형태로 안정적이며 봉우리가 청와대와 경복궁을 호위하며 배산(背山)으로서 품격을 갖추고 있다. 바라보면 봉우리는 용의 머리(龍頭骨)에 해당되며 우측으로 내려오며 용의 눈(龍眼) 형태가 선명하게 보이고 용안 사이로 콧등이 이어진다. 여의주를 물고 있는 위치에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인 삼봉 정도전(三峰  鄭道傳, 1342 ~ 1398)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이자 유학자, 혁명가이다. 본관은 봉화이다. 자는 종지(宗之). 호는 삼봉(三峯), 시호는 문헌(文憲)이다. 고려 말 권문세족의 부패 정치와 이에 기생하는 불교를 비판하였고, 성리학(신유학) 이념에 기초한 중앙집권적 관료제 국가인 조선 왕조 성립에 공헌한 인물로 타고난 천재적 식견과 강한 성격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며 한 시대를 풍미한 걸출한 인물이다.

 

그는 유교적 편견에서 불교에 대한 독단적이고 비판적 내용을 다른 불씨잡변(佛氏雜辨)을 편찬하기도 하였으나 그가 남긴 한시를 살펴보면 산사(山寺)에 대한 서정적 요소와 스님과 교우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의 내면에는 불교에 대한 높은 이해력과 긍정적 요소를 담고 있기에  그가 남긴 시 3수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정도전은 방김거사야거(鄭道傳 訪金居士野居)에서 소개한바 있다. : 정도전 방김거사야거(鄭道傳 訪金居士野居) (tistory.com)

 

정도전 방김거사야거(鄭道傳 訪金居士野居)

정도전(鄭道傳, 1342~1398)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의 문신(文臣), 무신(武臣) 및 유학자(儒學者) 겸 시인(詩人)이며, 외교관(外交官), 정치가(政治家), 유교사상가(儒敎思想家), 유학 교육자(儒學

poslink.tistory.com

 

산중1(山中1 : 산에서)  

山中新病起(산중신병기) 산속, 병석에서 처음 일어나

稚子道衰客(치자도쇠객) 어린아이는 나를 야윈 손님이라 부르네.

學圃親鋤藥(학포친서약) 농사 배워서 직접 약초도 가꾸고

移家手種松(이가수종송) 이사와 손수 소나무도 심었다네.

暮鐘何處寺(모종하처사) 어느 절에서 들리는 저녁 종소리인가

野火隔林舂(야화격림용) 숲 건네 방앗간에서 불빛 번쩍이네.

領得幽居味(영득유거미) 산에 사는 그윽한 맛 알아

年來萬事慵(년래만사용) 올해는 모든 일에 게으르다네.

 

산중2(山中2)

弊業三峰下(폐업삼봉하) 하찮은 나의 가업 삼봉 아래 있어

歸來松桂秋(귀래송계추) 돌아와 소나무와 계수나무의 가을을 맞네.

家貧妨養疾(가빈방양질) 집이 어려워 병 수발도 어려우나

心靜足忘憂(심정족망우) 마음이 고요하니 근심 잊기 족하다네.

護竹開迂徑(호죽개우경) 대나무 가꾸려고 길 돌려내고

憐山起小樓(연산기소루) 산이 좋아 작은 누각 세웠다네.

隣僧來問字(인승래문자) 이웃 중이 찾아와 글자를 물으니

盡日爲相留(진일위상류) 하루 해가 다하도록 서로 머물러있네.

 

촌거즉사(村居卽事 : 시골에 살며 즉흥으로 읊다)   

茅茨數間屋(모자수간옥) 띠풀로 이은 두어 칸 초가집

幽絶自無塵(유절자무진) 그윽하고 외져 있어 먼지 없구나.

晝永看書懶(주영간서나) 낮이 길어 책 보기가 게을러지고

風淸岸情頻(풍청안정빈) 바람 맑아 두건 자주 벗게 되네.

靑山時入戶(청산시입호) 청산은 늘 방으로 들고

明月夜爲鄰(명월야위린) 명월은 밤이면 이웃이 되어 주네.

偶此息煩慮(우차식번려) 우연하게 여기와 번뇌를 식히는 것이지

原非避世人(원비피세인) 본디 세상을 피하려는 내가 아닐세.

 

(일상에서 마주치는 주변풍경)

영종도 백운산에서 바라본 일출(10.11)
메리골드
수련
꽃범의꼬리
층꽃
좀작살나무
가을에 핀 애기능금꽃
팥배나무 열매
팥배나무
비비추
붉은병꽃이 계절을 잊고 피었다.
꽃보다 예쁜 들꿩나무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