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우주관을 어떻게 표현하였을까?
우주 속에 존재하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 하였으며, 삼라(森羅)는 넓게 퍼져 있는 숲처럼 늘어선 모양을 가리킨다. 삼라만상이란 온갖 사물들이 숲처럼 빼곡히 퍼져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으며,
또한 태허(太虛)는 중국 사상의 기본적 개념의 하나로 우주의 본체 또는 기(氣)의 본체라 했는데, 장자(莊子)의 지북유편(知北遊篇)에 있는 말로 역(易)의 태극(太極)과 거의 같은 뜻으로 천지 만물의 근원으로서 무형(無形)의 도(道)를 뜻한다. 도는 일체의 것, 전체 공간(空間)에 확산되고 명칭도 표현도 초월한 실재(實在)이므로 이를 태허라 불렀다고 한다.
현재의 과학이 바라보는 우주는 우리가 속해 있는 태양계 즉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 영역을 태양계라 하는데 태양계는 우리 은하에 속해 있으며 우리 은하는 약 50개의 은하로 구성된 국부 은하군에 속해 있다. 그리고 국부 은하군은 약 100개의 은하군으로 구성된 처녀자리 초은하단에 속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우리 은하 중심으로부터 약 2만 7천 광년 거리에서 성간 먼지, 가스, 얼음결정 등을 포함한 성운이 자체 중력에 의해 붕괴하여 원시 태양이 형성되었다.
지구가 태양계의 일원으로서 탄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5억년 전이라고 생각된다.
태양의 질량은 8개 행성과 비교 99.86%를 차지하고 있으며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는 1억 5천만 Km로 빛의 속도(30만 Km/s)로 약 8분 20초가 걸린다. 지금 태양을 보는 것은 8분 20초 전의 모습이다. 또한 태양의 크기는 지구 직경의 109배이며 현재 우리은하 가운데 관측 가능한 가장 큰 별은 지구로부터 약 18,900광년 거리에 있는 스티븐슨 2-18 적색 초거성으로 태양의 100억 배 크기이며, 가장 빠른 비행기인 마하 3.3의 속도로 500년을 가야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한다. 즉 태양을 100억 개, 지구를 1경 2 천조 개 넣어도 채우지 못할 정도이며, 토성 궤도 이상의 크기로 상상을 초월한다. 앞으로도 이보다 더 큰 별들이 수없이 발견될 것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태양은 한강의 모래알 하나, 티끌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은하는 약 4천억~5천억 개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양계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만 약 2천억 개가 되며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갖춘 행성이 약 60억 개 정도라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우리 은하의 크기는 지름으로 약 10만 광년(30만 Km/1초 속도로 10만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 걸린다. 또한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태양의 공전 주기는 약 2억 5천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구의 공전 주기는 1년인데 상상만 해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약 2배 정도 큰 규모로 별 수만 약 1조 개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거리는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지만 초속 약 150만Km의 속도로 우리 은하와 가까워지고 있어 앞으로 40억 년 후면 충돌하게 되어 있는데 워낙 공간이 넓어 별들 간 충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거나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 과학으로 밝혀진 가장 큰 은하는 지구로부터 약 1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으며 은하 직경이 600만 광년이며 약 100조 개의 별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보다 훨씰 더 큰 은하도 수없이 존재할 것이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년으로 추정하는데 빅뱅(Big Bnag : 우주의 대폭발) 이후 계속 빛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어 현재 과학으로 관찰 가능한 영역은 5%로 정도이며, 우주에 속해 있는 은하의 수만 약 2조 개 이상 존재한다고 한다. 저 우주 넘어 또 다른 빅뱅이 수없이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과연 그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실로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앞에 송애(松崖)선생의 산중 와 음(山中歸臥吟)에서 간단하게 언급했듯이 우주의 관점에서 지구는 먼지에도 속하지 않는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가정하면 인류의 역사는 2초? 에 불과하다. 우주는 때론 신비롭지만 파고들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 어지럽다. 적당한 지식이 삶을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하나씩 우주를 배워가며 느낀 점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불교경전을 보면 상당히 과학적이다. 의상조사 법성게(義湘祖師 法性偈)중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 하나의 티끌 속에 온 세상이 담겨있다) 즉 일방(一方), 시방(十方), 대방(大方), 무량방(無量方)의 큰 연결과 순환은 무한중첩(無限重疊)구조의 다중우주이론(多衆宇宙理論)과 일맥을 같이 하고 있어 그 의미가 새삼스레 다가오는 것은 무슨 까닥일까?
앞서 소개한 삼국연의(三國演義)의 황승언 시 삼고초려(黃承彦 三顧草廬)시 중 앙면관태허(仰面觀太虛 : 고개를 들어 태허를 바라본다)와 왕희지의 난정서(王羲之 蘭亭序) 중 앙관우주지대(仰觀宇宙之大 : 고개를 들어 우주의 광대함을 살펴본다)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옛사람들이 우주를 바라보며 표현하고자 했던 삼라만상과 관련된 시 2수와 함께, 나름 두 對句를 만들어 예서체로 표현해 보았다.
여흥청심루차운(驪興淸心樓次韻 : 여흥 청심루의 시를 차운하다) -설문우(薛文遇. 생졸연대 미상, 高麗 忠宣王 때 문관으로 과거에 급제, 관직은 成均館大司成에 이름)
萬景森羅指點端(만경삼라지점단) 온갖 경치와 삼라만상이 가리키는 곳마다 벌여 있고
登臨不覺屢回顔(등림불각루회안) 누각에 올라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 자주 돌려지네
長江西去赴蒼海(장강서거부창해) 긴 강은 서쪽으로 흘러 푸른 바다에 이르고
複嶺北來圍淺山(복령북래위천산) 겹친 고개 북에서 와 얕은 산을 둘렀구나
透網魚跳寒雨裏(투망어도한우리) 찬 비 속에 고기들은 그물 뚫으며 뛰놀고
忘機鷺立瞑煙間(망기로립명연간) 시름 잃은 해오라기 아득한 안갯속에 서있다
一生脫却功名累(일생탈각공명루) 한평생 공명의 누를 다 벗어버리고 나니
靑蒻漁翁也自閑(청약어옹야자한) 부들 삿갓 늙은 어부는 스스로 한가롭다
송(宋) 나라의 도원(道源)이 1004년에 지은 불서(佛書)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 30권으로 되어 있으며, 중국 선종(禪宗)의 가장 대표적인 역사서)에 기록된 삼라만상 관련 구절
如森羅萬象, 至空而極, 百川衆流, 至海而極(여삼라만상 지공이극 백천중류 지해이극) 빽빽하게 나열된 온갖 형상이 하늘 끝까지 가득하고 무수한 갈래의 물길이 바다 끝까지 지극하다.
대구(對句)
西山古寺流紫霞(서산고사유자하) 서산의 옛 절 위로 자줏빛 노을은 흐르고
森羅萬象還太虛(삼라만상환태허) 삼라만상이 태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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