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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삼괴당 신종호 상춘(三魁堂 申從濩 傷春)

저 멀리 산색(山色)이 하루가 다르게 연초록에서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눈 깜빡할 사이에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져버렸다. 찬란했던 꽃 대궐의 향연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못 버티고 허무하게 지나가니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이와 같이 초록이 짙어질 때 박새, 딱새, 오목눈이, 곤줄박이는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들은 서둘러 둥지를 짓고 알을 낳아 2주 정도의 포란기간(抱卵期間)을 거쳐 부화(孵化)하게 된다. 약 2주간 육추(育雛: 부화한 조류의 새끼를 키우는 일) 기간을 마친 후 각자 제 갈 길로 떠나며 한세대를 숭고하게 이어가는 것이다.  작년에도 농기구 보관 창고에 둥지를 튼 박새가 다시 깃들기를 바래보면서 나무 위에 새집을 여려 채 지어 둥지 틈을 관찰하고 있다.

 

이번에 함께 살펴볼 한시는 삼괴당 신종호(三魁堂 申從濩)의 상춘(傷春) 2수로 차 한잔 후 선잠에서 깨어보니 정원에 만개한 붉은 꽃이 마치 꽃 비가 되어 소리 없이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느새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 시 한 수를 지었으리라.

 

내가 가꾸는 텃밭에도 주말에 비가 내려 멀칭 작업을 마쳤으며 5월 초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모종을 심기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텃밭 풍경을 영상에 담아 보았다.

 

상춘(傷春 : 애닯은 봄)

 

傷春 一 首

茶甌飮罷睡初醒(다구음파수초성) 차 마시길 다하고 선잠이 깨어보니

隔屋聞吹紫玉笙(격옥문취자옥생) 집 넘어 어디선가 생황 소리 들려온다.

燕子不來鶯又去(연자불래앵우거) 제비는 오지도 않았는데 꾀꼬리 날아가고

滿院紅雨落無聲(만원홍우낙무성) 정원에 붉은 꽃 내리는 비처럼 소리 없이 지는구나.

 

傷春二首

粉牆西面夕陽紅(분장서면석양홍) 예쁜 담장 서쪽에 지는 해 붉고

飛絮紛紛撲馬鬃(비서분분박마종) 버들꽃 어지러이 말 머리를 치네.

夢裏韶華愁裏過(몽리소화수리과) 꿈속에 그 영화는 근심 속에 지나가고

一年春事棟花風(일년춘사동화풍) 일 년 봄 일이 개나리꽃에 바람일 듯 지나가네.

 

삼괴당 신종호(三魁堂 申從濩. 1456~1497)는 본관은 고령(高靈이며 자는 차소(次韶), 호는 삼괴당(三魁堂)이다. 서장관(書狀官)으로 중국에 갔다가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치료하여 귀환하게 하였으며, 뛰어난 문장으로 과거에서 세 번 장원하였다. 구리시 아천동에 묘가 있다.

신종호의 아버지는 봉례랑(奉禮郎) 신주(申澍), 어머니는 영의정 한명회의 딸이며, 할아버지는 영의정 신숙주(申叔舟)이다.

신종호는 1474년(성종 5) 성균관 진사시에 장원으로 급제하였고, 1480년 식년 문과에 다시 장원을 하여 사헌부 감찰에 임명되었다. 1481년 서장관(官 : 정사(使)와 부사(使)를 보좌하면서 사행을 기록하고 외교 문서의 작성을 맡은 중요한 직책)이 되어 천추사(千秋使) 홍귀달(洪貴達)을 따라 명나라에 다녀왔다.

 

1482년 대사헌 채수(蔡壽)의 추천으로 홍문관 수찬(弘文館修撰)에 임명되었고, 1486년 문과 중시(重試)에서 장원하였다. 이것은 갑오년 진사시의 초시와 복시, 그리고 경자년 정시(庭試)에 이어 세 번째 장원을 한 것으로서, 과거 제도를 실시한 이래 모두 장원한 것은 처음이라고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그해 예빈시 부정(禮賓寺副正)으로 승진해 『여지승람(輿地勝覽)』을 보충 교정하여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을 찬술 하는 데 참여하였다. 1491년(성종 22)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이 되었는데, 북쪽 오랑캐가 국경을 침입하여 변장(邊將 : 변경을 지키는 장수(將帥)로 첨사(僉使), 만호(萬戶), 권관(權官) 등을 통틀어 말함)을 죽인 사건에 관한 회의에서 영의정을 모욕한 죄로 파면되었으나 얼마 후에 다시 등용되어 도승지(都承旨)와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등을 맡았다.

1494년 경기도 관찰사가 되었으며, 1495년(연산군 1) 예조 참판 겸 동지춘추관사로 있으면서 『성종실록(成宗實錄)』 편찬에 참여하였다. 1496년에 병을 무릅쓰고 정조사(正朝使)로 명나라에 갔다가 이듬해 돌아오던 중 개성부에서 사망하였다. 문집으로는 삼괴당집(三魁堂集)이 있다.

 

(텃밭풍경)

뽀리뱅이는 농촌의 터주식생을 대표하는 잡초로 전형적인 서식처는 농촌 들녘의 밭 근처다.
아로니아 꽃
딸기꽃
불루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