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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도화원시(陶淵明 桃花源詩)

모두가 한 번쯤은 그려보았을 이상향은 도연명이 그려낸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수많은 문인 화가들이 그 흔적을 남기고자 했을 것이다.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안평대군(安平大君)이 무릉도원(武陵桃源) 꿈을 꾼 후 그 내용을 안견(安堅)에게 설명하여 3일만에 그림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도연명집(陶淵明集)의 도화원시병기(桃花源詩幷記)라는 시문을 도화원기(桃花源記)와 도화원시(桃花源詩)가 분리되어 있지만 그가 50세 후반 만년에 도화원기를 쓴 후 연이여 5언절구 160자로 구성된 도화원기에 대한 시이다.
 
도화원기는 앞서 소개한 바 있다. 
 
어제는 서울에서 세종으로 내려오는 길에 숙소에서 지척에 있는 복숭아 농장을 찾아 가벼운 바람결에 복사꽃 흩날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봄의 절정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며 숙소에 돌아와 그 당시의 도연명의 심정으로 돌아가 단숨에 먹물에 붓을 적셔 도화원시(桃花源詩)를 자서해 보았다.
 
복사꽃 곱게 핀 언덕을 바라보면 저절로 ‘낙화유수’를 흥얼거리게 된다.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얽어 지은 맹세야
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 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
이 강산 흘러가는 흰 구름 속에 종달새 울어 울어 춘삼월이냐
홍도화 물에 어린 봄 나루에서 행복의 물새 우는 포구로 가자.
 
도화원시(桃花源詩)

嬴氏亂天紀(영씨란천기) 영 씨(진나라 황제)가 하늘의 질서를 어지럽히니
賢者避其世(현자피기세) 현자들이 세상을 피해서 몸을 숨겼네.
黃綺之商山(황기지상산) 하황공(夏黃公)과 기리계(綺里季)는 상산으로 가고
伊人亦云逝(이인역운서) 그 사람들 또한 세상을 떠났다 하네.
往跡浸復湮(왕적침부인) 은신해 갔던 자취는 다시 묻혀 지워졌고
來徑遂蕪廢(내경수무폐) 도화원으로 오던 길도 황폐해 버렸네.
相命肆農耕(상명사농경) 서로 도와 밭을 갈고 농사짓고
日入從所憩(일입종소게) 해가 지면 쉴 곳으로 돌아가네.
桑竹垂餘蔭(상죽수여음) 뽕나무 대나무는 무성하여 그늘 드리우고
菽稷隨時藝(숙직수시예) 팥과 기장 때맞추어 심는구나.
春蠶收長絲(춘잠수장사) 봄 누에로 긴 명주실을 거두고
秋熟靡王稅(추숙미왕세) 가을추수는 왕에게 바치는 세금이 없다네.
荒路曖交通(황로애교통) 거친 길에 오가는 길은 흐릿하고
鷄犬互鳴吠(계견호명폐) 닭과 개는 서로 울며 짖어대네.
俎豆猶古法(조두유고법) 제사 모시는 것은 옛 법 그대로이고
衣裳無新製(의상무신제) 옷도 새로운 형식을 따르지 않았네.

童孺縱行歌(동유총행가) 어린애들 노래하며 뛰어놀고
斑白歡遊詣(반백환유예) 백발노인들은 즐겁게 서로를 찾네.
草榮識節和(초영식절화) 풀 무성하니 온화한 봄철인 줄 알고
木衰知風厲(목쇠지풍려) 나무 시들고 바람 차니 겨울 옴을 알겠네.
雖無紀曆誌(수무기력지) 비록 세월을 기록할 달력은 없지만
四時自成歲(사시자성세) 계절의 변화로 일 년을 알 수 있다네.
怡然有餘樂(이연유여락) 기쁘게 살며 남은 즐거움 있는데
于何勞智慧(우하노지혜) 어찌 지혜롭게 살려고 애쓰겠는가.
奇蹤隱五百(기종은오백) 기이한 자취 오백 년을 숨어 있다가
一朝敞神界(일조창신계) 하루아침에 신비로운 세상 드러났네.
淳薄旣異源(순박기리원) 순박함과 각박함은 이미 근원을 달리하기에
旋復還幽蔽(선복환유폐) 이내 다시 신비 속에 깊이 돌아왔네.
借問游方士(차문유방사) 속세에 노닐며 도 닦는 이에게 묻노니
焉測塵囂外(언측진효외) 속세의 풍진 세상 밖의 신비경을 아는가?
願言躡輕風(원언섭경풍) 바라건대 사뿐히 가벼운 바람을 타고
高擧尋吾契(고거심오계) 높이 올라 나의 도원경을 찾으리라.
 

(복사꽃 풍경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