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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두보 등고(杜甫 登高)

소개하고자 하는 시 등고(登高)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重陽節)에 높은 산에 오르는 전통적인 민속놀이를 가리킨다. 등고 모임은 수유(茱萸 : 쉬나무의 자주색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한다)를 담은 자주색 주머니를 차고 높은 산에 올라가는 중국 사람들의 풍속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아울러 산에 오른 사람들이 서로 술을 나누며 시를 짓는 시주(詩酒) 행사를 곁들였다고 한다.

등고 시는 두보가 56세 때 쓴 작품으로, 삶의 무상감과 화자의 쓸쓸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어 노년기에 들어선 세대가 같은 처지를 관조(觀照), 자연의 유구함과 대비된 인생무상을 회상하면서 한 번쯤 접했을 법한 명시(名詩)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등고(登高 : 높은 곳에 올라)

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세찬 바람 하늘은 높고 원숭이 울음소리는 구슬프고

渚淸沙白鳥飛回(저청사백조비회) 강기슭 고요하고 모래밭 텅 비어 새들이 공중을 맴도네

無邊落木蕭蕭下(무변낙목소소하) 가없이 늘어선 낙엽 지는 나무들 소슬한 모습 아래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거침없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오는데

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만리 밖 서글픈 가을 여전히 나그네 노릇일세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오랜 세월 병을 얻어 홀로 망대에 오르니

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간난의 고통 한스러움에 서리 내린 귀밑 터럭 무성하여

潦倒新停濁酒杯(요도신정탁주배) 헛되이 늙은 몸 탁주 잔을 들다가 다시 멈춘다.

 

두보(杜甫, 712 ~ 770)는 중국 성당 시대(盛唐時代)의 시인으로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렸으며, 또 이백(李白)과 병칭(竝稱) 하여 이두(李杜)라고 일컫는다. 소년 시절부터 시를 잘 지었으나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해 각지를 방랑하며 지냈고 그 과정에서 이백 · 고적(高適) 등과 교유(交遊)하였다. 그의 시는 사회 부정에 대한 격렬한 분노와 인간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과 성의가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까닭에 냉철한 사실주의(寫實主義) 자요, 위대한 인도주의(人道主義) 자인 동시에 열렬한 충군 애민(忠君愛民)의 애국자(愛國者)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