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두보(杜甫)의 등고(登高) 시와 함께 중국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시 촉상(蜀相)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1인 독재적이고 제왕적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복종과 애국심 고취를 위하여 자주 등장하는 이 시는 두보가 제갈량(諸葛亮)의 사당(祠堂)을 찾아 그의 높은 충절과 의리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의 제목 촉상은 촉한(蜀漢)의 재상(宰相), 즉 제갈량(諸葛亮)을 의미한다. 이 시는 화자(話者)가 바라보는 정경을 먼저 기술한 후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는 선경 후정(先景 後情)의 방식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전반부의 네 구에서 사당의 정경을 묘사하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후반부에서 제갈량의 삶을 회고하면서 늙은 신하의 충성심과 업적을 기리고 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
유비(劉備)의 삼고초려(三顧草廬)에 감명을 받고 그의 천하 경략(經略)을 돕기 위해 온 힘을 쏟기로 결심한 제갈량, 국궁진췌 사이후이(鞠躬盡瘁 死而後已 :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며 죽은 후 에야 그만둔다)의 정신으로 유비가 죽고 그의 아들 유선(劉禪)에게도 변함없는 충의를 다하였다. 대를 이어 충신으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제갈공명의 넋을 기리고 완벽한 책사(策士)이자 시대적 영웅의 죽음을 슬퍼하며 그가 49 세 때 지은 시 촉상을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촉상(蜀相 : 촉나라 재상 제갈량)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제갈 승상의 사당이 어느 곳에서 찾으리오
錦官城外柏森森(금관성외백삼삼) 성도 관아 밖에 잣나무 울창한 곳 이로다
映階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섬돌 가 푸른 풀은 절로 봄빛 알리고
隔葉黃鸝空好音(격엽황리공호음) 숲 속의 꾀꼬리는 고운 노래를 부르네
三顧頻煩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선주(先主)가 삼고초려 함은 천하 위함이고
兩朝開濟老臣心(양조개제노신심) 양 조를 보좌한 것은 늙은 신하의 마음이라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출정했으나 승리 못하고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누만금) 오랜 영웅으로 하여금 옷깃에 눈물 적시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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