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장적 기서봉승(張籍 寄西峰僧)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명령 선포 후 러시아가 단행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2개월이 넘어 전쟁의 참상(慘狀)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되고 있다.

작금을 막론하고 전쟁을 일으킨 자에 대한 과보(果報)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국 국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며, 전쟁을 일으킨 자의 몰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군사력으로 비교가 안될 만큼 약한 우크라이나는 결사항전으로 뭉쳐 정신력과 사기로 버티고 있으나 우방이 도와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장기적이고 힘든 싸움에 국토는 초토화되고 종식되더라도 재건을 위한 힘든 과정과 고통은 도탄에 빠진 국민들의 몫일 것이다.

오직 막강한 국방력과 애국심이 나라를 지탱하는 근본임을 잊지말아야 하겠다.

1200여년 전 중당 시대 장적이 겪었던 시대 또한 쇠퇴하는 동시대에 백거이(白居易)와 함께 전쟁관련 백성들이 겪고 있는 애환(哀歡)을 악부시(樂府詩)로 표현하였다.

그의 시 소재는 대개 전란 속에서 서민들의 고통과 관리들의 횡포, 부녀의 비극 등이 그 근간을 이루는데, 소시(小詩)로서 자연을 읊거나 우정을 기념하는 것들도 보여 그의 시 역량은 다양하고 넓다. 소개고자 하는 시 또한 서쪽 봉우리에 있는 스님에게 보내는 우정의 시를 통해 또 다른 면모을 느껴보고자 한다.

 

기서봉승(寄西峰僧 : 서봉의 스님에게 부쳐)

松暗水涓涓(송암수연연) 소나무 숲 어둑하고 물은 맑게 흐르는데

夜凉人未眠(야량인미면) 밤이 차가워 잠을 이루지 못하네

西峰月猶在(서봉월유재) 서쪽 봉우리에 아직도 달 떠 있어

遙憶草堂前(요억초당전) 아득히 초당 앞에 있을 그대를 그리네

 

추사(秋思 : 가을 심사)

洛陽城裏見秋風(낙양성리견추풍) 낙양성 안에 가을바람 불어와

欲作家書意萬重(욕작가서의만중) 집에 보낼 편지를 쓰려니 온갖 생각 다 들어라

復恐悤悤說不盡(부공총총설부진) 너무 바빠할 말을 다 쓰지 못한 것 같아

行人臨發又開封(행인임발우개봉) 가는 사람 떠나려 함에, 다시 또 뜯어본다.

 

정부원(征婦怨 : 출정한 병사를 기다리는 아내의 원망)

九月匈奴殺邊將(구월흉노살변장) 구월에 흉노가 변방의 장수를 죽이니

漢軍全沒遼水上(한군전몰요수상) 한나라 군대는 요수 강가에서 전몰하였다

萬里無人收白骨(만리무인수백골) 만 리 멀리 백골 거두는 사람 없어

家家城下招魂葬(가가성하초혼장) 성 아래 집집마다 초혼장을 지낸다

婦人依倚子與夫(부인의의자여부) 지어미란 자식과 남편에 의지해 사니

同居貧賤心亦舒(동거빈천심역서) 가난해도 함께 살면 마음은 편하거늘

夫死戰場子在腹(부사전장자재복) 남편은 전장에서 죽고 아이는 뱃속에 있어

妾身雖存如晝燭(첩신수존여주촉) 소첩이 살아있다 해도 대낮의 촛불인 것을

 

장적(張籍 766? ~ 830?)은 중당(中唐)의 문관(文官), 시인으로 자는 문창(文昌)이다. 하북성 복양(河北省 濮陽) 출신으로, 進士(진사)에 급제하여 한유(韓愈)의 천거로 국자박사(國子博士 : 교육을 담당한 관직)가 되었고 국자사업(國子司業)을 역임했다. 고시(古詩)와 서한(書翰), 행초(行草)에 능했고, 樂府(악부)에도 능하여 왕건(王建)과 이름을 같이했다. 한유에게 ‘노름을 즐기고 남에게 이기려는 승벽(勝癖)이 세며 노불(老佛 : 도교(道敎)와 불교(佛敎), 노(老)는 도교의 창시자인 노자(老子)를 가리키고, 불(佛)은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釋迦)를 말함. 불로(佛老)라 하기도 함)을 배척하여 미움을 받으니 맹자처럼 글로 후세에 남기지 못하리라.’는 신랄한 편지를 보낸 바가 있으며, 지금 전해지는 시 418수 중 7~80수가 악부시(樂府詩)여서 서사(序詞)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악부시가 아닌 것도 대부분 민간의 동정(同情)을 반영하는 내용들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정부원(征婦怨), 축성사(築城詞), 야로가(野老歌), 이부(離婦), 성도곡(成都曲), 서주(西州), 산농사(山農詞), 가악부(賈樂府), 장군행(將軍行), 목동사(牧童詞), 정서장(征西將)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