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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백거이 대림사도화, 하규장남도화(白居易 大林寺桃花, 下邽莊南桃花)

잠시 한 눈 파는 사이 봄이 훌쩍 지나갔나 보다. 어제는 한낮 기온이 27도를 넘어 사무실에 에어컨을 가동했다. 난방 가동 한지가 이틀도 지나지 않았는데… 계절의 변화가 온탕 냉탕을 가볍게 넘나들며, 일주일도 못 넘기는 만화방창(萬化方暢) 가시절(佳時節)이 화살처럼 흘러간 느낌이라 아쉬움이 크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차례로 피고 지면 복사꽃이 뒤를 잇기 마련인데 이제는 거의 동시에 피고 지니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賞春客)의 마음을 애닮게 한다. 

이인로(李仁老)의 시 산거(山居) 구절의 춘거화유재(春去花留在) 처럼 봄은 갔지만 꽃은 남아 있어야 하는 바람을 해본다. 옛 사람들은 매화를 몹시 사랑했지만 복사꽃 역시 좋아해서 많은 한시에 등장하는데 무릉도원(武陵桃源), 선계(仙界), 등 이상향(理想鄕)을 그리는데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라 그를 것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복사꽃 관련 2수는 당(唐) 백거이(白居易. 772 ~ 846)의 시로 최근에 촬영한 사진과 함께 올려 보았다. 

향산거사(香山居士) 백거이는 이백(李白)이 죽은 지 10년, 두보(杜甫)가 죽은 지 2년 후에 태어났으며, 같은 시대의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병칭(竝稱)된다. 현존하는 그의 작품 수는 3,800여 수이고, 그 중에서 비파행(琵琶行), 장한가(長恨歌), 유오진사시(遊悟眞寺詩)는 불멸의 걸작으로 차제에 소개하기로 하겠다.

 

대림사도화(大林寺桃花 : 대림사의 복사꽃)

人間四月芳菲盡(인간사월방비진) 속세에는 4월이라 꽃들은 다 졌는데

山寺桃花始盛開(산사도화시성개) 산사의 복사꽃은 이제 한창 만발했네

長恨春歸無覓處(장한춘귀무멱처) 가버린 봄 찾을 길 없어 못내 아쉽더니

不知轉入此中來(부지전입차중래) 그 봄 이곳으로 옮겨 왔음을 알지 못했네

 

하규장남도화(下邽莊南桃花 : 하규장 남쪽의 복사꽃)

村南無限桃花發(촌남무한도화발) 고을의 남쪽에는 복사꽃 만발한데

唯我多情獨自來(유아다정독자래) 나만이 다정하여 홀로 찾아왔네

日暮風吹紅滿地(일모풍취홍만지) 해 질 녘 바람에 붉은 꽃잎 땅에 가득 떨어지니

無人解惜爲誰開(무인해석위수개) 애석해하는 사람 없거늘 누굴 위해 피었나

 

주변에 핀 복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