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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두보 강반독보심화 칠절구(杜甫 江畔獨步尋花 七絕句)

앞서 소개한 바 있는 두보(杜甫. 712 ~ 770)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서 시성(詩聖)이라 불렸던 성당 시대(盛唐時代) 시인이다. 널리 인간의 심리, 자연의 사실 가운데 그때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찾아내어 시를 지었다.

장편의 고체시(古體詩)는 주로 사회성을 발휘하였으므로 시로 표현된 역사라는 뜻으로 시사(詩史)라 불린다.

소개하고자 하는 두보의 시 강반독보심화칠절구(江畔獨步尋花七絕句)는 전당시(全唐詩) 227권에 실려 있으며 당(唐)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761년) 봄에 두보가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에 모옥(茅屋)을 짓고 거처하였을 때 지은 유명한 시다. 흐드러지게 꽃 핀 봄날 강가에서 한번쯤 되뇌고 싶은 시로  7수가 실려 있는데 그중 1수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강반독보심화 칠절구(江畔獨步尋花 七絕句  : 강변에서 홀로 걸으며 꽃을 찾아다니다. 칠절구)

 

其一.

江上被花惱不徹(강상피화뇌불철) 강 위에 온통 꽃에 덮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

無處告訴只顛狂(무처고소지전광) 이 좋은 풍경을 알릴 곳 없어 홀로 미쳐 날뛸 수밖에

走覓南鄰愛酒伴(주멱남린애주반) 서둘러 남쪽 마을 술친구를 찾아갔더니

經旬出飲獨空床(경순출음독공상) 열흘 전 술 마시러 나가고 침상만 비어 있네

 

其二.

稠花亂蕊畏江濱(조화란예외강빈) 많은 꽃들이 어지럽게 핀 강 모퉁이에서

行步欹危實怕春(행보의위실파춘) 비틀거리고 다니며 정말 봄을 아쉬워하네

詩酒尚堪驅使在(시주상감구사재) 시와 술은 아직 능숙하게 할 수 있으니

未須料理白頭人(미수료리백두인) 백발의 늙은이라 돌봐 줄 필요는 없다네.

 

其三.

江深竹靜兩三家(강심죽정량삼가) 강 깊고 대숲 고요한 곳에 집이 두세 채

多事紅花映白花(다사홍화영백화) 성가시도록 붉은 꽃은 흰 꽃 위를 비추네

報答春光知有處(보답춘광지유처) 봄 경치에 보답하는 방법 알고 있나니

應須美酒送生涯(응수미주송생애) 응당 좋은 술 마시며 일생을 보내는 것이라네.

 

其四.

東望少城花滿煙(동망소성화만연) 동쪽 작은 성 바라보니 꽃들이 안개 낀 듯 만발하고

百花高樓更可憐(백화고루갱가련) 온갖 꽃 핀 높은 누각은 더욱 아름답구나

誰能載酒開金盞(수능재주개금잔) 그 누가 술자리 만들어 금 술잔 들고

喚取佳人舞繡筵(환취가인무수연) 미인 불러 화려한 술자리에서 춤추게 하겠는가?

 

其五.

黃師塔前江水東(황사탑전강수동) 황사 탑 앞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春光懶困倚微風(춘광라곤의미풍) 봄볕에 나른해지니 미풍에 잠시 쉬어보네

桃花一簇開無主(도화일족개무주) 한 떨기 복숭아꽃 주인 없이 피었는데

可愛深紅愛淺紅(가애심홍애천홍) 짙고 옅은 붉은 꽃이 모두 사랑스럽구나.

 

其六.

黄四娘家花满蹊(황사랑가화만혜) 황 씨 넷째 딸네 집 골목길 꽃이 만발하여

千朵万朵壓枝低(천타만타압지저) 천 송이만 송이로 가지가 휘어졌네

留連戲蝶時時舞(유련희접시시무) 쫓고 쫓으며 노는 나비는 때때로 춤을 추고

自在嬌鶯恰恰啼(자재교앵흡흡제) 흡흡하며 예쁜 꾀꼬리 제멋대로 노래하네.

 

其七.

不是愛花即肯死(불시애화즉긍사) 꽃을 사랑해도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네

只恐花盡老相催(지공화진로상최) 단지 꽃이 모두 지면 늙음을 재촉할까 두렵다네

繁枝容易紛紛落(번지용이분분락) 꽃이 무성한 가지는 쉴 새 없이 지는 것도 쉬운지라

嫩葉商量細細開(눈엽상량세세개) 어린 꽃봉오리 흥정하듯 느릿느릿 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