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閏달)은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 더 보태진 달로 태음력(太陰曆 : 354일)과 태양력(太陽曆 : 365일)이 1년에 11일 차이를 보정하는 달로 19년 7윤법(19年 7閏法 : 양력 19년에 윤달 7번)을 적용하는데 보통 3년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달이다. 윤달은 천신(天神)과 지신(地神)이 인간 세상사를 감시하지 않고 쉬는 기간이라 불경스러운 일이나 궂은일을 해도 눈감아 주거나 회피한다 하여 이장(移葬) 등 집안 대소사 중 쉽게 결정하지 못한 일을 하기도 한다.
올해의 윤달은 3.22 ~ 4.19일로 청명. 한식(淸明.寒食)과 겹쳐 그간 미뤄왔던 내 조상의 묘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아버지 생전에 허락을 받은 사항이기도 하지만 우리 시대에 정리하지 않으면 자식들에게 짐을 물려주는 것이기에 이번 주말을 택하여 동생과 함께 간단한 재물을 준비하여 결행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들은 이전 소개한 “제사란 무엇인가?”에 상세히 기술한 바 있다. 절차는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넘어 이미 자연으로 돌아간 조부(祖父) 묘 등 이장대상이 7기(基)인데 택일 후 술과 북어, 과일, 과자 등 간단한 제물을 준비하여 묘(墓) 앞에서 고(告)하고 재배(再拜) 후 봉분(封墳)에 흙 한 줌을 봉투에 담아 이장 장소(주로 가족 묘나 선영(先塋))에 뿌리거나 묻음으로써 이장을 대신할 계획이다. 조상을 잘 모시고 미풍양속을 이어나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지극한 조상 모시기는 농경문화의 산물이자 부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급격한 인구감소, 남아선호 사상의 퇴색 등 치열한 삶의 경쟁 속에 살아가는 후손들이 보다 홀가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을 것이다.
연이어 도연명의 잡시 8수는 노년으로 접어들며 헛된 공명(功名)을 접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즐기며 술 한잔에 시름을 잊고자 하는 내용을 자서해 보았다.
잡시(雜詩 其八.)
代耕本非望(대경본비망) 벼슬살이는 본래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었고
所業在田桑(소업재전상) 생업으로 삼는 것은 밭갈이와 양잠이라네
躬親未曾替(궁친미증체) 몸소 농사지으며 게으른 적이 없거늘
寒餒常糟糠(한뇌상조강) 변변찮은 음식에 항상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다네
豈期過滿腹(기기과만복) 어찌 배부르게 먹기를 바랄까마는
但願飽粳糧(단원포갱량) 오직 쌀밥이나 배불리 먹는 것이네.
禦冬足大布(어동족대포) 겨울 추위를 막는 데엔 굵은 베옷이면 족하고
粗絺以應陽(조희이응양) 거친 갈포로 여름 햇볕을 가린다네.
正爾不能得(정이불능득) 이런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으니
哀哉亦可傷(애재역가상) 슬프고 또 가슴이 아프구나
人皆盡獲宜(인개진획의) 사람들은 모두 잘들 살아가는데
拙生失其方(졸생실기방) 어리석은 나는 그 방법을 몰랐다네
理也可奈何(이야가내하) 세상 이치가 그러하니 어찌할 수 있겠는가
且為陶一觴(차위도일상) 잠시 한 잔 술에 즐거워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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