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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지봉 이수광 영백두옹(芝峯 李睟光 詠白頭翁)

오늘은 24 절기 중 춘분(春分)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이 날 이후부터 하루 중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어진다.

어제는 협의장소가 외지라 먼저 도착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양지바른 무덤가에 할미꽃, 양지꽃이 이르게 피어있어 동심으로 돌아가 잠시 옛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가졌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인 할미꽃은 노고초(老姑草)·백두옹(白頭翁)이라고도 한다. 산과 들판의 양지쪽에서 자라며 곧게 들어간 굵은 뿌리 머리에서 잎이 무더기로 나와서 비스듬히 퍼진다. 꽃은 4월에 피고 꽃자루 끝에서 밑을 향하여 달리며 붉은빛을 띤 자주색이다.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독식물이지만 뿌리를 해열·수렴·소염·살균 등에 약용하거나 이질 등의 지사제로 사용하고 민간에서는 학질과 신경통에 쓴다.

전설에 의하면 손녀의 집을 눈앞에 두고 쓰러져 죽은 할머니의 넋이 산골짜기에 핀 꽃이라 한다. 한국, 중국 등에 분포한다.

어려서부터 봐왔던 정겨운 꽃이라 지봉선생의 백두옹 관련 한시를 자서해 보았다.

 

몇 년 전 시(詩) 도중(途中)에서 소개한 바 있는 지봉 이수광(芝峯  李睟光. 1563 ~ 1629)은 조선 중기의 문신, 성리학자, 실학자, 외교관, 저술가이다. 왕실 종친의 후손으로 본관은 전주(全州)이며, 자는 윤경(潤卿), 호는 지봉(芝峯),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영백두옹(詠白頭翁 : 할미꽃을 읊다)

鬢絲蕭瑟落花風(빈사소슬낙화풍) 하얀 귀밑머리 떨어지는 꽃바람 소슬한데

少日姸華一夢空(소일연화일몽공) 젊은 날 화려함도 한바탕 덧없는 꿈이로다

須識靑春元易老(수식청춘원이노) 청춘은 본디 늙기 쉬움을 알고 있지만

草中還有白頭翁(초중환유백두옹) 화초 가운데 머리 하얀 할미꽃이 있다오

 

할미꽃(백두옹 : 白頭翁)
양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