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잡시 12수 중 6수(陶淵明 雜詩 12首 中 6首)

어젯밤부터 추적추적 반가운 봄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있다.

내가 임시 거처하고 있는 세종시 대단지 아파트 신축공사 정보통신 감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장에도 제법 비가 내려 신발에 흙이 묻을 정도의 질척거림에도 새벽 출근길이 왠지 즐겁다.

 차후 새롭게 변해가는 주거환경에 대한 첨단 정보통신 적용 추세 및 전망에 대하여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연이어 소개하고자 하는 도연명의 잡시 6수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떠나 지금 한시를 지어 읊는 다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교훈적 요소가 담겨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30여 년 전 임국희의 음악살롱이라는 방송을 듣고 느낀 점이 많아 기억에 담아 두었다가 꺼내 보고자 한다. 내용인 즉 20대 후반의 어느 여성이 보내온 사연인데 어려운 형편에 부모께서 고등학교를 졸업시키고 대학은 꿈도 못 꾸었는데 본인의 의지로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며 어렵게 공부하여 대기업에 입사 후 4~5년을 열심히 돈을 모아 대출금을 갚고 결혼을 앞두고 있으며, 성실한 사회인으로 자수성가(自手成家)의 바탕이 되어 준 가난한 집안 사정과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이 구구절절 표현되고 녹아있어 두고두고 뇌리에 남았던 기억이 난다. 자식에게 많은 재산을 남긴 다는 것은 행복이 아닌 불행의 씨았이 될 수 도 있음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세월은 변했지만 인간지사(人間之事)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우리 또한 이와 같이 삶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것이리라. 무심히 붓을 잡아 손이 마음이 가는 대로 필법에 구애 없이 휘호(揮毫) 해 보았다.

 

잡시(雜詩 其六.)

昔聞長者言(석문장자언) 예전에 어른들이 말씀을 하시면

掩耳每不喜(엄이매불희) 매번 귀를 막고 듣기 싫어했다

奈何五十年(내하오십년) 어쩌다 나이 오십이 되니

忽已親此事(홀이친차사) 어느덧 나 자신이 잔소리를 하게 되었네

求我盛年歡(구아성년환) 젊어서의 즐거움 되찾으려 해도

一毫無復意(일호무부의) 이젠 조금도 다시 얻을 수 없다네

去去轉欲遠(거거전욕원) 가면 갈수록 멀어지려고 하니

此生豈再值(차생기재치) 이 생을 어찌 두 번 만나랴

傾家時作樂(경가시작락) 가산을 털어서 때때로 즐겨라

竟此歲月駛(경차세월사) 빠르게 세월이 흐르면 이 또한 끝나리니

有子不留金(유자불류금)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마라

何用身後置(하용신후치) 어찌 죽고 난 후의 염려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