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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잡시 12수 중 5수(陶淵明 雜詩 12首 中 5首)

벌써 3월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아침공기는 쌀쌀하지만 주변은 완연한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개나리, 매화, 생강나무 꽃, 산수유가 활짝 피어 맑은 향기와 함께 우리 곁에 다가왔다.

 

우석촌음(禹惜寸陰)이라는 말이 있다. 요약하면 우(禹) 임금이 촌음을 아꼈다는 뜻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매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진서(晉書 : 중국 진나라(晉)의 기록을 담은 역사서) 권66 도간열전(陶侃列傳)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도간(陶侃, 259~334)은 중국 동진(東晉) 시대의 문무를 겸비한 명장(名將)이자 도연명의 증조부(曾祖父)다.

常語人曰(상어인왈) : 도간이 늘 사람들에게 말하길

大禹聖者 乃惜寸陰 至於衆人 當惜分陰(대우성자 내석촌음 지어중인 당석분음) : 대우(大禹)는 성인(聖人)이신데도 촌음을 아끼셨으니, 뭇 일반 사람의 경우라면 마땅히 촌음조차 나누어 아껴 써야 한다.

豈可逸遊荒醉 生無益於時 死無聞於後 是自棄也(기가일유황취 생무익어시 사무문어후 시자기야) : 한가로이 놀며 멋대로 취하여, 살면서는 시대에 도움이 없고 죽어서는 후세에 알려짐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이는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소개하고자 하는 잡시 5수에서도 古人惜寸陰(고인석촌음)은 고인이 아닌 증조부가 한 말을 되새겨 보며 헛되이 보낸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으리라.

지난 주말 넓은 텃밭에서 비닐하우스 교체작업, 시비(施肥)와 함께 고랑을 만드는 힘든 과정을 끝내고 잠시 주변환경을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잡시(雜詩 其五.)

憶我少壯時(억아소장시) 나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니

無樂自欣豫(무락자흔예) 즐거움이 없어도 스스로 즐거워했다

猛志逸四海(맹지일사해) 굳게 먹은 뜻 천하를 뛰어넘어

騫翮思遠翥(건핵사원저) 날개 활짝 펴고 멀리 날아오르려 했다.

荏苒歲月頹(임염세월퇴) 차츰 차츰 세월이 흘러 스러져가니

此心稍已去(차심소이거) 그 마음도 점차 사라져 갔다네

值歡無復娛(치환무부오) 기쁜 일 만나도 더 이상 즐겁지 않고

每每多憂慮(매매다우려) 언제나 근심 걱정만 많아질 뿐이다.

氣力漸衰損(기력점쇠손) 기력마저 점점 쇠약하게 되어

轉覺日不如(전각일불여) 더욱 하루가 다른 것을 깨닫는다네

壑舟無須臾(학주무수유)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 골짜기의 배처럼

引我不得住(인아부득주) 세월은 나를 머무르지 못하게 하는구나.

前途當幾許(전도당기허) 앞으로 갈 길은 얼마나 남아있나

未知止泊處(미지지박처) 멈추어 머물러 있을 곳도 알지 못한다네

古人惜寸陰(고인석촌음) 옛 사람 촌음(寸陰)도 아끼라는 말이

念此使人懼(염차사인구) 이제 생각나 나를 두렵게 하는구나

 

텃밭풍경('23. 3. 19)

감자심고 상추씨앗 파종(감자 심는 방법은 주로 씨감자 절단면이 위로 씨눈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반대로 심으나 큰 차이는 없다. 씨눈이 밑으로 심는 경우 수확량이 늘어난다는 전문 농부의 이야기도 있으며, 보통 심는 깊이는 씨앗크기의 1.5배 정도면 적당하다.)
백매(白梅)
산수유꽃
생강나무 꽃
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