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放下着), 굴기하심(屈己下心)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불교에서 화두로 주로 쓰이는데, 방하(放下)는 마음속의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뜻이고 하심(下心)은 사람을 대할 때 자기 자신을 굽히고 마음을 겸손하게 갖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집착(執着)과 욕심, 군림(君臨)과 업신, 교만(驕慢)과 자찬(自讚), 격멸(擊滅)과 안하(眼下)로 얼룩진 세속적인 삶에서 벋어나지 못한다.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범부(凡夫)의 하심은 실천하기도 어려우니 어쩌면 나 자신도 상심(上心)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의 욕심, 욕망을 놓아 버려라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란 어려운 것이다. 즉 집착을 놓아 버리는 것은 태산을 넘는 것보다 힘들어 설령 벋어 난 다 한들 한 순간 뿐일 것이다.
무소유(無所有)의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마음을 유지해보려 애쓰는 마음 자체가 조금이나마 순간적인 인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리라.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연이어 앞서 소개한 도연명의 잡시 중 네 번째로 문구 중 얼음과 숯불이 마음속에 가득 찬 대장부와 선비들은 헛된 공명(功名)을 짧은 인생에 묻지말고 기쁘고 즐거운 삶에 대한 소회(所懷)를 시인의 명성에 걸맞게 표현하였다.
잡시(雜詩 其四.)
丈夫誌四海(장부지사해) 대장부는 천하에 뜻을 둔다는데
我願不知老(아원부지로) 나는 늙어가는 것 알고 싶지 않다네
親戚共一處(친척공일처) 친척들은 같이 한 곳에 모여 살고
子孫還相保(자손환상보) 자손들도 서로 보살피며 살아가노라
觴弦肆朝日(상현사조일) 술잔과 거문고를 아침부터 늘어놓고
樽中酒不燥(준중주불조) 술병에 술이 마르지 않는구나
緩帶盡歡娛(완대진환오) 허리띠 풀어놓고 기쁨과 즐거움 다하며
起晚眠常早(기만면상조) 늦게 일어나고 잠은 늘 일찍 자노라
孰若當世士(숙약당세사) 이 시대의 선비들은 어느 편에 있는가
冰炭滿懷抱(빙탄만회포) 얼음과 숯불이 마음속에 가득하다네
百年歸丘壟(백년귀구롱) 인생 백 년이면 무덤으로 돌아가는데
用此空名道(용차공명도) 그런 헛된 명성 가져가 어디에 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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