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내가 다니던 대기업에서 한 가정 한 가훈 갖기 운동이 전개된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나는 어느 분의 가훈이 “다웁게” 였다. 다웁게는 ‘답다’에서 파생된 말로 어학사전에는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쓰이지만 제주방언은 ~닮다로 표현된다.
한 가정에서 다웁게는 ‘아빠다웁게, 엄마다웁게, 학생다웁게’의 의미로 각자 주어진 호칭에 걸맞게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화목하게 살아가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지도자는 윤리, 도덕성, 경험, 판단력, 추진력, 통솔력을 갖추어 진정 지도자 다워야하며, 정치인은 정치인 답게, 종교지도자는 신부, 스님, 목사 다워야 하며, 선배답고, 후배다워야 한다. 우리 또한 현세를 살아가는 객체로 각자의 변해가는 위치에서 진정 "나 다웁게"의 아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앞서 소개한 도연명의 잡시 12수 중 2번째 시는 계절이 바뀌는 초가을 시기에 홀로 술을 마시며 나를 두고 떠나는 세월을 아쉬워하며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하는 내용으로 작자의 처량하고도 애처로운 심경을 심도 있게 그려낸 시를 행서체로 자서해 보았다.
잡시(雜詩 其二.)
白日淪西阿(백일륜서아) 밝은 해는 서쪽 산 언덕에 지고
素月出東嶺(소월출동령) 흰 달은 동쪽 봉우리에 뜨니
遙遙萬里輝(요요만리휘) 해는 아득히 만 리를 비추고
蕩蕩空中景(탕탕공중경) 하늘에 넘실넘실 술렁이노라.
風來入房戶(풍래입방호) 바람이 방문 사이로 숨어들면
夜中枕席冷(야중침석랭) 밤중에 베갯머리 서늘하니
氣變悟時易(기변오시이) 기후 변하여 계절 바뀐 줄 알겠고
不眠知夕永(불면지석영) 잠이 오지 않으니 밤이 긴 줄 아네.
欲言無予和(욕언무여화) 말 주고받을 벗도 없어
揮杯勸孤影(휘배권고영) 술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노라.
日月擲人去(일월척인거) 세월은 사람을 버리고 떠나는데
有志不獲騁(유지불획빙) 뜻을 품고서도 펼칠 수가 없네
念此懷悲悽(염차회비처) 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져
終曉不能靜(종효불능정) 날이 밝도록 진정시키지 못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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