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소개할 시는 도연명의 잡시 총 12수 중 세번째로 흥망(興亡)과 성쇠(盛衰), 봄과 가을, 서리 내리는 자연의 순환 속에 자신의 시간은 돌이킬 수 없음을 한탄하며 과거에 대한 애착을 표현한 시를 예서체(隸書體)로 자서해 보았다.
어제 서울에도 추적추적 봄비가 내렸다. 해갈에는 크게 못 미쳤 지만 메마른 텃밭을 적셔주는 고마운 단비다. 봄비를 맞으며 감자 5Kg, 당근, 모듬상추, 혼합쌈채, 아욱씨앗 등을 파종하고 주변 환경정리 작업을 병행하였다. 간 간이 틈을 내여 이전에 소개한 바 있는 맹호연(孟浩然)의 답설심매(踏雪尋梅)의 감흥으로 만개한 우중매(雨中梅)를 감상하며 짙은 향기로 옷을 적셨다.
잡시(雜詩 其三.)
榮華難久居(영화난구거) 영화는 오래가기 어렵고
盛衰不可量(성쇠불가량) 성쇠는 헤아릴 수 없네.
昔爲三春渠(석위삼춘거) 지난봄 피어난 연꽃
今作秋蓮房(금작추연방) 이제 가을 연밥이 되었네.
嚴霜結野草(엄상결야초) 들풀은 된서리 맺혀도
枯悴未遽央(고췌미거앙) 속까지 말라 시들지는 않네.
日月有環周(일월유환주) 해와 달은 순환이 있어도
我去不再陽(아거부재양) 나는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네.
眷眷往昔時(권권왕석시) 가버린 옛 시절 돌이켜 보니
憶此斷人腸(억차단인장) 추억에 애간장 끊어지는 듯하구나.
(텃밭풍경 '23.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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