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잡시(권학시) 1수(陶淵明 雜詩(勸學詩) 1首)

오늘은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 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로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황경(黃經 : 황도좌표계(黃道座標系)의 북, 남극과 어떤 천체를 지나는 대원(大圓)이 황도와 교차하는 점으로부터 춘분점(春分點)까지의 각거리)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冬至)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로는 3월 5~6일 무렵으로 겨울잠을 자던 벌레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이다.

 

어제는 내가 가꾸는 텃밭에도 퇴비살포하고 삽으로 밭갈이를 하여 다음 주에 이미 확보한 씨 감자를 심을 계획이다. 1년 중 이맘때가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길목에서 농장 주변에 반만 핀 매화를 감상하며 상춘(賞春)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소개하고자 하는 도연명(陶淵明. 365 ~ 427)의 잡시(雜詩) 12수(首) 중 1 수로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는 연작다. 

잡시(雜詩 : 정형에 구애받지 않고 지은 시 또는 편찬할 때에, 제목이 없어진 옛 시를 이르는 말)는 노년기의 작품 8수와 장년기의 작품 4 수로 구성 되어있다.

이 시의 마지막 4구절에 세월은 결코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젊을 때 부지런히 학문을 닦고 익혀야 늙어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권학시(勸學詩)로 자주 인용된다. 세월이 흘러 뜻을 이루지 못한 아타까움을 표현한 도연명의 감회가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책(警策)으로 와 닫는다. 세월의 흐름 속에 그의 삶과 희망이 깊이 녹아 있는  잡시 중 나머지 11수는 차제에 소개하고자 한다.

 

잡시(雜詩 其一.)

人生無根蔕(인생무근체) 인생은 뿌리도 없는 가시덩굴이니

飄如陌上塵(표여백상진) 바람에 날리는 언덕 위에 먼지와 같다네.

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 바람 따라 굴러서 흩어지니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이 몸 또한 항상 그대로가 아니네.

落地爲兄弟(낙지위형제) 이 땅에 태어나면 모두가 형제가 되는 것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어찌 꼭 한 핏줄 사이라야 하랴.

得歡當作樂(득환당작락) 즐거울 땐 응당 풍류 즐겨야 하니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말술이 있으면 이웃과 함께 즐기세.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 청춘은 다시 오지 아니하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하루는 두 번 새벽은 오지 않는다네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때를 만나면 마땅히 힘써 노력해야 하니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텃밭풍경(2023. 3.5)

양지바른 곳에 땅이 녹아 밭갈이를 시작으로 본격 영농의 길로 접어 들었다.
월동한 아피오스(인디안감자) 수확. 감자와 비교할 때 칼슘이 몇십배 나 되고, 철분이 과 섬유질은 4~5배 단백질과 식이섬유 도 풍부하고 감자나 고구마에는 없는 비타민E와 사포닌 성분도 많다. 또한 다양한 비타민, 미네랄, 리놀렌산 같은 지방, 단백질이 풍부하고 항산화제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좋은 건강식재료로 과거 인디언의 주식이었다고 한다. 삶으면 밤맛과 비슷하다.
텃밭 한편에 반개한 매화가 짙은 향기를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