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잡시 12수 중 11수(陶淵明 雜詩 12首 中 11首)

5월 중순에 해당하는 따뜻한 날씨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어, 천지 만물이 봄기운을 받아 힘차게 자라나고 꽃들이 만발한 만화방창(萬化方暢) 호시절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연이어 소개하는 도연명의 잡시 11수는 계절의 순환 속에 객지에서 겪는 외로운 일상들을 돌이켜 보며 긴 봄날 밤에 읊을 을 것이다.

도연명의 문학의 토대는 전원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점이다.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전원과 자연에 대한 감회를 써냄으로써 이상향(理想鄕)을 추구하고 있어 중국 문학사에 있어서 후학으로 하여금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도연명은 세상을 떠난 직후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격적으로 칭송을 받았는데, 그것은 문학적 성취 못지않은 그의 인격과 절개 때문이었다. 송나라 소동파(蘇東坡)는, "내가 도연명에 대해 어찌 그의 시문만을 좋아하겠는가? 그 사람 됨됨이에 있어서 진실로 느끼는 것이 있다"라고 할 정도로 도연명의 시 못지않게 그의 인품을 좋아했던 것이다. 그의 높은 문학적 성취는 고상하고 위대한 인격에서 나왔던 것이다.

도연명의 잡시를 통해 인생이란 무엇이며, 지혜로운 삶은 또한 무엇인가? 힘든 삶이 미로에 봉착했을 때 귀전원(歸田園)과 더불어 선택의 방향과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 가에 대한 자문현답(自問賢答)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리라.

 

잡시(雜詩 其十一.)

我行未雲遠(아행미운원) 내 가는 길 멀리 왔다고 할 수 없지만

回顧慘風涼(회고참풍량) 돌이켜보니 참담한 바람 서늘하였다

春燕應節起(춘연응절기) 봄 제비는 계절 맞춰 돌아와

高飛拂塵梁(고비불진량) 높이 날아 대들보 먼지를 털어내는구나

邊雁悲無所(변안비무소) 변방의 기러기 머물 곳이 없어 슬퍼하더니

代謝歸北鄉(대사귀북향) 서로 교대하며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네

離鹍鳴清池(이곤명청지) 무리에서 떨어진 황새 맑은 못에서 울며

涉暑經秋霜(섭서경추상) 여름 더위와 가을 서리를 견디어냈다

愁人難為辭(수인난위사) 시름에 젖은 마음 말로 하기 어려운데

遙遙春夜長(요요춘야장) 아득한 봄밤은 길기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