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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도연명 의고(陶淵明 擬古) 9수 중 제 8수

한 낮 기온이 20도를 넘는 완연한 봄날이다. 주말에는 어김없이 텃밭으로 나가 하루 종일 농사짓는 일에 매달린다. 곡괭이 몇 번에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지만 시비(施肥)와 함께 대파모종 정식(定植), 상추, 쌈채, 로메인, 청경채 등 10여 종 씨앗을 파종했다. 10여 일 후면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텃밭 주변에도 매화가 한 두 송이 개화와 함께 진달래, 산수유, 생강나무꽃이 피어나며 봄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1년 중 모두가 반기고 좋아하는 호시절(好時節)의 시작이다.

 

마음이 통하는 친한 벗을 지음(知音)이라 이르며 그 사귐을 지음지교(知音之交)라고 한다. 열자(列子 : 기원전 4세기경 중국 전국 시대의 도가(道家) 사상가로, 이름은 어구(禦寇)이다.)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의 고사(故事)에서 유래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의 이름난 거문고 명인(名人)인 백아와 종자기는 가까운 벗이었다. 종자기는 늘 백아가 연주하는 곡을 듣고 백아의 마음속을 알아채곤 했다. 백아가 산을 오르는 생각을 하면서 연주하면 종자기는 태산과 같은 연주라 말하고,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흐르는 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에 백아는 진정으로 자신의 소리를 알아주는 사람은 종자기밖에 없다고 하였고, 이로부터 지음이라는 말은 자신을 잘 이해해 주는 둘 도 없는 친구를 빗대어 말하는 것이 되었다. 이렇게 자신을 알아주던 종자기가 병에 걸려 먼저 세상을 떠나자, 백아는 자신의 연주를 더 이상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한탄하고 거문고의 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일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또 다른 고사성어(故事成語)로 백아절현(伯牙絶絃)이다.

 

연이어 도연명(陶淵明)의 의고(擬古) 9수 중 8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9首中 其八.)

少時壯且厲(소시장차려) 젊었을 때는 씩씩하고 건장하여

撫劍獨行遊(무검독행유) 검을 쥐고 혼자 돌아다녔네.

誰言行遊近(수언행유근) 누가 가까운 곳에서만 돌아다녔다고 말하리

張掖至幽州(장액지유주) 멀리 장액(萇掖)에서 유주(幽州)까지 갔었다네.

饑食首陽薇(기식수양미) 배고프면 수양산의 고사리를 먹고

渴飲易水流(갈음역수류) 목마르면 역수(易水:하북성(河北省) 역현(易縣))의 물을 마셨네.

不見相知人(불견상지인) 서로 알아주는 사람 보지 못하고

惟見古時丘(유견고시구) 오직 옛날의 언덕만 보았다네.

路邊兩高墳(노변양고분) 길가 양편에 높다란 무덤은

伯牙與莊周(백아여장주) 백아(伯牙)와 *장주(莊周)의 것이라네.

此士難再得(차사난재득) 이런 훌륭한 사람들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吾行欲何求(오행욕하구) 내가 나가서 무엇을 찾으려는가!

 

장주(莊周 B.C.369~B.C.289?) : 장자(莊子)의 본명은 장주(莊周)이며,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思想家)이며, 도가(道家)의 대표적 인물로, 노자(老子)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을 계승, 발전시켰다.

 

(텃밭 주변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