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바람에 봄눈 녹듯이 라는 말이 실감 나는 하루였다. 어제 새벽에 쌓인 눈이 산을 하얗게 만들었는데 오늘 새벽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흔적도 없이 눈이 사라졌다.
겨우내 얼었던 땅도, 남을 미워했던 마음도, 편견에 대한 갈등도, 어려운 경제환경도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 산과 들판에는 봄눈이 녹아 대지로 스며들어 곧 파릇한 새싹을 돋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에 봄눈 녹듯이 라는 말이 참 좋게 들린다.
산을 내려오는 길옆 양지바른 곳에 붉게 핀 꽃 모습이 들어와 살펴보니 진달래 였다.
오래 전 진달래를 나라꽃(國花)으로 지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참꽃으로 불리는 진달래는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주화(州花)이자, 경기도 수원시와 중국 연길시의 시화(市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정서와 어울리는 진달래는 꽃을 먹을 수 있고 약으로 쓰이며, 색깔이 붉은 것은 두견새가 밤새 울어 대 피를 토한 것이라는 전설 때문에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한다.
진달래를 바라보면 꽃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슬프면서 애틋함이 다가오기도 하는데 철쭉과 같이 꽃색깔에 대한 돌연변이 종을 찾아 번식시키거나 종자개량으로 화사함과 즐거움, 희망을 선사하는 다양한 색상으로 개량된다면 나라꽃으로 지정하여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진달래 꽃은 삼월 삼짇날 무렵에 화전(花煎)을 만들어 먹거나 또는 진달래술(杜鵑酒)을 담그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꽃잎이 조경(調經)·활혈(活血)·진해(鎭咳)의 효능이 있다 하여 혈압강하제·토혈 등에 쓰며, 월경불순·폐경·해소·고혈압 등의 증상에 유효하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꽃잎을 꿀에 재어 천식에 먹는다.
생약으로는 꽃 또는 잎을 쓰며 산정촉(山鄭蠾)이라 하며, 플라보노이드 화합물이 함유되어 있어 이뇨제로, 류머티즘, 통풍 등에 쓰인다고 한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이 아련히 떠오른다.
연이어 도연명(陶淵明)의 의고(擬古) 9수 중 5수를 살펴보고자 한다.
(9首中 其五.)

東方有一士(동방유일사) 동방에 한 선비 있으니
被服常不完(피복상불완) 입는 옷이 항상 온전치 못하네.
三旬九遇食(삼순구우식) 삼십일에 아홉 번 밥을 먹고
十年著一冠(십년착일관) 십 년에 관(冠) 하나를 쓴다오.
辛苦無此比(신고무차비) 그 쓰라린 고통 비길 때 없지만
常有好容顔(상유호용안) 항상 만족하고 편안한 얼굴 모습이었네.
我欲觀其人(아욕관기인) 내가 그분 보고자 하여
晨去越河關(신거월하관) 새벽에 떠나 하관(河關 : 중국 간쑤성(甘肅省) 적석산(積石山) 주변 옛 지명)을 넘어갔네.
靑松夾路生(청송협로생) 푸른 소나무 좁은 길에는 생기가 돋고
白雲宿簷端(백운숙첨단) 흰 구름 처마 끝에 머무누나.
知我故來意(지아고래의) 내가 일부러 찾아온 뜻 알고는
取琴爲我彈(취금위아탄) 거문고 집어 들고 나를 위해 타주시네
上絃驚別鶴(상현경별학) 높은 줄에는 별학곡(別鶴曲:남편과 이별한 아내의 슬픈 노래)으로 놀라게 하고
下絃操孤鸞(하현조고란) 낮은 줄에는 고란곡(孤鸞曲:배우자가 없음을 슬퍼하는 노래)을 타네.
願留就君住(원유취군주) 원컨대 여기에 남아 그대와 함께 머물며
從今至歲寒(종금지세한) 지금부터 노년까지 함께 있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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