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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차한잔의 여유

퇴계 이황 춘일계상(退溪 李滉 春日溪上)

나이가 들어 객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한편으로 편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객수심(客愁深)이 다가온다. 잠들고 근심걱정을 제()하면 눈 뜨고 행복한 삶은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잠이 든다는 것은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를 말하는데 수심(愁心)에 쌓이다 보면 숙면(熟眠)을 취하기란 쉽지 않다. 누구는 10시간을 자도 모자라고 어떤 이는 4시간을 자도 가뿐한 사람이 있다.

불가에서는 잠자는 것을 수마(睡魔)라 하여 수행정진 하는데 최대 방해요소로 여겨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삶의 경쟁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부여하기 때문에 숙면은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나름 자가체면술(自家催眠術)이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편하게 누워 몸을 이완시킨 후 잔잔한 호숫가에 작은 빈 배를 타고 하늘을 바라보며 별을 해는 상상을 하기도 하며 소싯적 아리랑이 피어나는 뒷동산에 거닐거나 지금 같은 화창한 봄날에 호젓한 실개천을 유유자적(悠悠自適)거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깊은 숙면을 유도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제시간에 잠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생체리듬을 유지하며 낮잠을 피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누워 잠을 청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숙면을 위한 온도는 18도가 적당하며, 잠들기 전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휴대폰을 멀리 두는 방법이 수면환경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잠들기 전 퇴계(退溪) 선생의 춘일계상(春日溪上) 시를 연상하며 자가숙면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기에 2수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춘일계상(春日溪上 : 봄날 시냇가에서)

 

其一.

雪消氷泮淥生溪(설소빙반록생계) 눈이 녹고 얼음 풀리니 시냇물은 맑아지고

淡淡和風颺柳堤(담담화풍양류제) 산들산들 실바람에 둑의 버들가지 휘날리네.

病起來看幽興足(병기래간유흥족) 병중에 일어나 와 보니 그윽한 흥취 넉넉하고

更憐芳草欲抽荑(갱련밫오욕추제) 풀들 새싹이 돋는 것이 꽃처럼 어여쁘네.

 

其二.

傍柳尋溪坐白沙(방류심계좌백사) 시냇가 버드나무 찾아 흰모래땅에 앉으니

小童新試從婆娑(소동신시종파사) 아이들은 새로움 살피며 제멋대로 춤을 추네.

誰知滿面東風裏(수지만면동풍리) 얼굴 가득 봄바람의 속내를 누가 알리요

繡出千芳與萬葩(수출천방여만파) 아름다운 꽃 무리는 마치 비단을 수놓은 듯.

 

(영종 백운산 진달래 본격 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