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에 접어들면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서서히 녹으면서 들녘에는 농부들이 밭갈이하는 풍경을 보게 된다. 농촌에는 한해 농사철로 바쁘게 돌아가는 농번기(農繁期) 또는 번농기(繁農期)라고도 한다.
과거 농번기의 시기는 3월 중순 ~ 11월까지이며 이 시기가 들면 농촌의 농민들은 바쁘게 농업에 종사하며 밤낮없이 작업에 돌입한다. 당시에는 일손을 돕기위해 서당(書堂)과 향교(鄕校), 서원(書院)도 농번기에는 8월까지 쉬었다고 한다.
어제는 온 종일 밭에 나가 퇴비를 뿌리고 곡괭이로 땅을 뒤집은 후 쇠스랑으로 평탄작업까지 완료하였으며 상추도 파종하여 비닐 덮는 일과 씨감자 자르기까지 마쳤다. 씨감자 자르기는 감자눈(새순)을 중심으로 큰 것은 3~4등분 작은 것은 2등분하거나 통채로 심는다. 자른 씨감자는 1주일 정도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두어 자른 면이 적당하게 아물게 되는 다음 주에 심을 계획이다. 과거에는 씨 감자 자른면을 볏짚을 태운 재를 묻혀 소독과 살균역할을 대신하였다.
함께 살펴볼 한시는 도연명(陶淵明. 365 ~ 427)의 의고시(擬古詩) 9수를 차례로 알아보고자 한다.
의고(擬古) 시는 시가(詩歌)나 문장 따위를 옛 형식에 맞추어 지은 것으로 한(漢) 나라 때 지어진 작자불명의 시를 고시(古詩)라 하고 이것을 모방하여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 것을 말한다.
도연명의 의고시(擬古詩)는 대략 남조송무제(南朝宋武帝) 영초 원년(永初元年) 420년 또는 421년에 작성되었다. 그 당시 유유((劉裕 : 송 고조 무황제(宋 高祖 武皇帝. 363 ~ 422)는 중국 동진의 명장이자 유송(劉宋)의 초대 황제로, 자는 덕여(德輿), 아명은 기노(寄奴)이다.))가 진공제(晋恭帝)의 사마덕문(司馬德文)을 폐위시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도연명은 이미 여러 해 동안 몸소 은거하고 있었지만, 진공제가 폐위(廢位)되고 진 왕조가 멸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도연명의 의고(擬古) 시는 총 9수로 도연명집(陶淵明集)에 실려 있으며, 그가 말년에 시대적 변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유명고시를 빌려 그 뜻을 재조명하여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의고(擬古 : 고시(古詩)를 다시 살펴 자신의 느낌으로 짓다)
제 1수(9首中 其一.)

榮榮窗下蘭(영영창하란) 창 아래 난초는 무성하게 자라고
密密堂前柳(밀밀당전류) 집 앞엔 버들이 빽빽이 늘어졌네.
初與君別時(초여군별시) 처음 그대와 이별할 때
不謂行當久(불위행당구) 이렇게 오래가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네.
出門萬裏客(출문만리객) 집을 나서 만리의 나그네가 되어
中道逢嘉友(중도봉가우) 도중에 좋은 친구를 만났네.
未言心先醉(미언심선취) 말을 건네기 전에 마음이 먼저 취하니
不在接杯酒(부재접배주) 술을 같이 마신 탓이 아니라네.
蘭枯柳亦衰(난고류역쇠) 난초 마르고 버들도 시드니
遂令此言負(수령차언부) 마침내 약속을 저버리고 말았네.
多謝諸少年(다사제소년) 여러 젊은이들에게 거듭 이르노니
相知不忠厚(상지불충후) 아는 사이가 다 충후(忠厚) 하지는 않다네.
意氣傾人命(의기경인명) 뜻이 맞으면 사람의 목숨까지 바친다는데
離隔復何有(이격부하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무슨 이유가 되겠나?
(텃밭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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