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리는 오늘의 일상이 행복한가를 생각해 본다. 불가(佛家)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와 같이 모든 행복은 자기 마음속에 존재한다. 스스로 행복하면 행복한 것이요,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불행한 삶인 것이다. 단순하게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만든 자신의 행복조건에 맞아야 하는데 그 조건을 맞추기란 어렵다.
자신이 만드는 일상의 행복은 쉬워야 하고 조건이 없어야 한다. 조건이 있다면 소소하게 다가올 수 있는 평범하면서도 소박함이 있어야 한다. 이상(理想)과 화려함 속에 행복을 찾는 것은 비교를 통하여 자신을 바라보기에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무탈하게 소중한 일상을 평상심(平常心)으로 보낸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다.
매주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기다리고 있는 주말농장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안겨준다. 이제부터 본격 농번기(農繁期)로 접어들었기에 다가오는 내일이 즐겁기만 하다. 전원생활을 만끽하기 위하여 100여 평 남짓 거친 땅에 퇴비를 뿌리고 쟁기와 곡괭이, 삽으로 땅을 일궈 파종과 함께 모종을 심을 준비를 할 때가 가장 힘든 시기지만 텃밭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막걸리 한잔 들이키는 즐거움을 무엇에 비교하리, 그래서 건강한 농부는 가장 완벽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함께 살펴볼 한시는 조선 후기 우의정에 오른 문신으로 명 문장가이자 시인인 강산 이서구(薑山 李書九. 1754 ~ 1825) 선생 또한 노년에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읊으며 전원생활을 꿈꿨으리라. 지난해 주말농장 풍경사진을 함께 올려보았다.
전원즉사(田園卽事 : 전원에서 즉흥적으로 읊다)
柴扉新拓數弓荒(시비신척수궁황) 사립문 밖 새롭게 몇 이랑 황무지를 일구니
眞是終南舊艸堂(진시종남구초당) 이곳은 오래된 종남산에 지었던 옛 초당이다.
藜杖閑聽田水響(여장한청전수향) 지팡이 짚고 한가롭게 논물 소리 들으면서
筍輿時過稻花香(순여시과도화향) 대나무 가마 타고 지나며 벼 꽃 향기 맡노라.
魚梁夜火㱕寒雨(어량야화귀한우) 고기 잡는 어량의 밤 횃불은 찬비 속에 돌아오고
蟹窟秋烟拾早霜(해굴추연습조상) 가을 안개 이른 서리 게 구멍으로 스미네.
始信鄕園風味好(시신향원풍미호) 비로소 고향의 전원에서 누리는 삶이 좋으니
百年吾欲老耕桑(백년오욕노경상) 한평생 밭 갈고 누에 치며 늙어가리라.
(지난해 주말농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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